하루 단상

처음 본 소녀상....군포시 당정역 앞

아포리 2016. 8. 26. 07:45

 

 

 

 

나라든, 개인이든 강해야 한다

강하다는 그 의미가 어떻게 강해야 할까??

 

내 이십대에서 30대 까지의 10년 세월을 더듬어 본다.

 그 10년 세월은 내가 가장 자유분방했던 시절이였다.

 

정말 고고했고, 아무것도 눈에 보이는 것 없었던 것 같고

종로로, 무교동으로, 명동으로

 

음악감상실, 클래식 음악다방으로 친구들과 몰려 다니면서

음악듣고 음악으로만 살아 갈 것 같은 느낌이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촌스러웠지만 그때 당시에는

나는 최첨단을 가고 있는 음악도였다.

 

그때의 내가 느끼던 세상은 요즘처럼 이런 세상이 올줄은 꿈에도 그려 보지 못했던 일이였다.

엊저녁에 오랜만에 교향악단 음악회를 감상하면서

 

만감도 교차하고, 풍요속에서 음악공부를 원없이 하고 있는

요즘 세상이 한없이 부러운 것도 사실이다.

 

요즘은 하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뭐든지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음악회가 끝나고 교향악단 단원들이 악기를 옆에 끼고

 

총총히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서 자기 차를 가지고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저 나이였을때는........

 

작은 사람이 악기를 들고 책가방을 들고 전철을 타고, 서울역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인천 집으로 향하는 길은 참 고달프기 짝이 없다는 푸념만 했다.

 

그래도 그런 생활을 모두 부러워 했던 것도 사실이였다.

 

어제...

복지관 하모니카 수업을 위해서 주차를 하려 하는데 주차 자리가 없다.

 

할수 없이 멀리 공원 옆에 주차를 해 놓고 돌아 서는데

소녀상을 보았다. 처음 보았다.

 

티비에서만 보았던 소녀상 이였다.

순간 가슴이 오그라 드는 것 같았고 그 뙤약볕 아래 소녀상이

 

소녀상 일뿐 인데 참 애처롭다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는 왜 그렇게 오랜 세월 36년 동안이란 긴 고난의 세월을 보내야 했을까??

 

얼마전에 귀향 이라는 영화를 보았지만 솔직히 큰 감흥은 없었다.

그런데 뙤약볕 아래에 애처롭게 앉아 있는 소녀상은

 

가슴이 아리다.

수업시간이 여유롭게 남아 있어 한참을 서성였다.

 

그 어린 나이에, 그 이쁘기만 했을 나이에, 그 감성 어린 나이에

나라잃은 설움 때문에 끌려가서 ......그런 수모를.....

 

얼마나 진저리가 났을까??? 붙어 있는 목숨이 얼마나 한스러웠을까??

내가 태어나서 받은 삶은 진정한 내 것으로 살아가야 하는데

 

그 감성 어린 모습으로, 남정네들의 노리개 감이 되었을 그 모습에

더운 날씨에 더 덥다.....가슴이 덥다.

 

8월달이 되면 더 극성 스럽게 티비에서는

정신대 어르신들의 모습을 이야기 한다.

 

사실 나도 그런것에는 관심조차 없었는데

막상 소녀상을 보고 나니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내 가족이라면????? 내 가족 이였다면????

분명히 나라에서는 정신대 어르신들의 한을 풀어 줘야 한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살기 좋은 세상이 되였다고 하지만

그 어르신들의 머릿속에는 전혀 즐거운 세상도 아니였을것 같고

 

더더구나 옛일에 대한 악몽이 얼마나 한스러웠을까 하는 깝깝함을 느낀다.

한낮 뙤약볕 아래에서 내 눈에 들어 온 소녀상을 바라보면서

 

나도 한마음이 되어 보기는 어렵지만

머릿속은 그 악몽같은 굴레속이 자꾸만 스처 간다.

 

남아 계신 어르신들의 한을 국가는 분명히 풀어줘야 한다.

얼마나 힘이 없었기에 우리는 그 치욕같았던 36년 오랜 세월을 그렇게 살아 왔을까??

 

한참을 그렇게 서성이다

복지관 하모니카 수업을 하면서

 

어떻게 이런 풍요로운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지???

이런 세상에 우리는 하루하루 소중한 날로 채워가야 해

 

군포시 당정역 앞 야외근린 공원 안에

다소곳 얌전히 소녀상은 그렇게 있다.

 

누군가 그래도 꽃다발을 놓고 간 흔적이 있다.

한번쯤 우리는 그 시절을 힘들게, 한으로 살아 갔을 어르신들을 생각해야 한다.

 

여자로서, 여인으로서, 얼마나 치욕이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