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단상

영혼이 없는 눈 사람...ㅠ

아포리 2017. 1. 23. 05:58

 

 

 

베란다에서 내려다 보니

윗층 꼬맹이 녀석 둘이서 눈사람을 만들고 있다.

 

진지한 모습으로 열심히 눈사람을 만들고 있는 걸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인내심이 필요했다. 거의 다 완성 되어 갈 무렵

 

핸드폰 들고 눈사람 상면하러 내려 갔다.

녀석들과 눈사람 함께 사진을 찍어 주려 했더니.

 

녀석들 하는 말~~~~~~즈네들은 초상권 침해란다.

그리고 눈사람은 영혼이 없기 때문에

 

눈사람은 사진을 찍어 주어도 된다고 하는 초등4년 생의 궤변

해맑은 녀석들의 웃음과 함께

 

영혼이 없을 것 같은 눈사람과 함께 사진을 담아 보고 싶었는데

녀석들의 초상권 침해 운운 하는 바람에 무산되고 말았다.

 

그런데....있잖니~~~~

이렇게 차 앞에다 눈사람을 만들어 놓으면 어떻하나????

 

차가 나올때 눈사람이 차에 치일것 같지 않니????

했더니.....

 

괜찮아요.....얘는 영혼이 없는 눈사람 이기 때문에

차에 치여도 좋다는 그 말에 나는 순간 온 몸에 전율이 일었다.

 

녀석들에게 또 사정 있는 주문을 해 본다.

아파트 현관 문 앞으로 눈사람을 옮겨 놓으면 좋겠다.

 

오늘 하루는 우리 동백아파트 수문장 역활 좀 하게...했더니

야는 여기 있으면서 차가 나올때....탁~~~ 쓰러지는 모습을 봐야 한단다.

 

"그러면 너희들 마음은 어떨껏 같은데????"

"ㅎㅎㅎㅎ 통쾌하지요~~~"

 

순간 야네들은 북한의 김정은 보다 더 마음이 독하다....

나는 바로 차 앞에다 눈사람을 만들어 놓았기에

 

차가 나올때는 분명 눈사람이 차에 치여 산산조각이 날것 같아

안스러운 마음으로 사정을 했는데.....

 

아니란다....그걸,그런 모습을 즐겨야 하는 요즘 아이들...

할수 없이 초상권 침해라는 압박에 아이들과 눈사람의 해맑은 모습은

 

접어 놓고, 눈사람만 내 마음속에 살려 놓아 주었다.

그러고 나서 눈사람의 인상을 자세히 살펴 보니

 

영혼이 없는 눈 사람 이라도 고약하게 생겼다.

녀석들 마음을 온전히 눈사람 한테 옮겨 놓은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파트 현관 앞으로 옮겨 놓아 보자는 제의도 거절 받은 상태라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동장군 추위에 얼어빠진 곱은 손만 주머니에 찔러 넣고는

멋적게 집으로 들어오고 말았다.

 

일요일은 아파트 재활용 쓰레기 모아 놓는 날이라

오후 햇살이 퍼지기에 모아 두었던 재활용 쓰레기를 버릴 양으로

 

무심히 나가다 보니 영혼이 없는 눈 사람은 영혼으로 날아가 버린 걸까??

그 앞에 주차해 있던 차도 없는 걸 보니

 

그냥 눈 사람을 덮치고 나갔는가 보다.

마음이 씁쓸했다. 웬지 허전하고, 눈 사람의 모습이 자꾸만 떠 오른다.

 

녀석들이 하는 말이 귓가에 맴 맴....맴을 돈다.

영혼이 없는 눈 사람.....그래 맞다

 

비록 녀석들 말 대로 영혼이 없는 눈 사람 일지라도

아이들 마음으로, 또는 어른들 마음으로 눈 사람에게

 

영혼을 불어 넣어 주면 우리네들 마음이 더 행복했을 것 같은데

자꾸만 생각이 나고, 자꾸만 눈 사람의 모습이 아른 거린다.

 

아이들 생각을 무시하고 내가 그냥 눈사람을 아파트 현관 앞으로 옮겨 놓을 걸....

얼마나 모습이 좋았을텐데.....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영혼이야 있든 없든...그건 우리네들 마음 일것 같은데

무뇌를 가진 눈사람에게도 영혼을 불어 넣어 주면 그것 또한

 

내 마음이 좋을것 같은데.....아니다.

대화가 시들해 가고, 대화가 무시되고, 대화가 멸종되어 가는 요즘 세상살이

 

내 감정을 전달해 보는 대화는 분명 살아 있어야 하는데

영혼이 없는 무뇌는 눈 사람에게만 있는 것일까????

 

곰곰 화두로 하루종일 머리가 뱅뱅 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