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ㅎㅎㅎ...이런 난처함이
특별한 이야기 거리가 없어도
하루에 한번씩은 대전 녀석들이 꼭 전화를 해 온다.
"할머니~~~오늘 모 하셨어요??"
그런데 할머니인 내가 오늘 무슨 일을 했지????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를 들려주지???
전화를 받으면서도 머릿속은 딴 생각을 하고 있을때 많아서
아이들이 질문한 말에 대해서는
할머니는 엉뚱한 대답을 할때가 많다....
대충 얼버무리면서
"예균이는 오늘 뭐 했나???"
그러면 그 녀석도 생각을 해보는 눈치가 전화선으로 느껴진다.
음.....음.....음
점심에는 급식에 무슨 반찬이 나왔고
맛이 있었다는 이야기, 맛이 없었다는 이야기
친구들과 공기놀이 했다는 이야기,
수학학원, 피아노, 역사공부 등등등
아이는 할 이야기 거리를 갑자기 봇물 터지듯이
쏟아 내어 놓는다
둘째 녀석은 책을 좋아해서
읽은 책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자근자근 이야기를 해 준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는 졸음이 살짝 오기도 한다. ㅋㅋ
이게 할머니라는 거다...ㅋ
어제 초저녁에 전화가 띠리링~~~~
쫑알쫑알 이야기 나눔을 하다가
이야기가 궁색한 할머니가 먼저 이야기를 꺼낸다
"이예균~~~ 할머니는 세상에서 예균이를 제일 사랑하는거 알지??"
"저두요~~~ 저두 세상에서 할머니를 제일 사랑하는거 아시죠??"
야네들은 할머니 껌딱지 들이다
할머니 집에 오기만 하면 서로들 할머니 품에서 자려고
한바탕 소란을 피운다.
아뿔사 그런데 클났다......ㅠㅠㅠ
할머니는 대전 녀석들이 스마트폰으로 통화를 하면서
스피커 폰으로 눌러 놓고 통화를 하는줄 몰랐다
스피커 폰을 눌러놓고 통화를 하니깐
대전 4식구 모두 통화 내용을 집안 어디서든 듣고 있었나 보다.
갑자기.......으앙~~~~~~
둘째 녀석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온다
"할머니~~~ 할머니는 저번에 세상에서 채영이가 제일 좋다고 하셨으면서..."
" 왜 마음이 그렇게 변하셨어요????"
아뿔사 이게 스피커 폰 이라는걸 모르고 할머니의 완전 실수였다.
앙칼지게 원망스런 목소리가 들려 오는데 어쩌랴......
아이들은 서로 비밀스럽게
할머니랑 사랑나눔을 하고 있었는데
큰 녀석은 큰 녀석대로
할머니는 세상에서 예균이를 제일 사랑하는 걸로 알고 있고
둘째 채영이는 채영이대로 할머니는 세상에서 저만 제일 사랑하는 걸로 알고 있고
할머니만 양다리를 걸치고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첫째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고
둘째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고 입발린 소리를 하고 있었으니...
내 원참....
갑자기 할머니는 궁색한 변명을 해야 한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할머니 오른손 엄지손가락은 예균언니 이고
할머니 왼손 엄지 손가락은 채영 이고
그래서 할머니는 언제나 오른손,왼손 엄지손가락만 들고 있잖어...
참으로 할머니의 궁색한 변명을 어찌할꼬....
할머니의 궁색한 변명 소리에
영리한 둘째 녀석이....하는 소리.....ㅋ
"아니예요~~~언니는 새끼발가락 이구 저는 할머니 엄지손가락 이란다"
이건 또 어떻게 수습을 해야 하는지
할머니가 완전 말을 잘못 하는 바람에
엄지손가락....새끼 발가락 까지 나와 가지고
둘이서 티격태격 하는 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들려 오는데
결국에는 할머니의 궁색한 변명 아닌 변명 때문에
두 녀석 싸움을 붙이고 말았다.
할머니가 그렇게 애원을 하면서 이야기 해도
할머니 오른손 엄지손가락은 큰녀석 예균이
할머니 왼손 엄지손가락은 둘째녀석 채영이...
했는데도
의기양양하게 둘째는
저는 할머니 엄지손가락이고 언니는 할머니 새끼 발가락 이란다.
이 노릇을 어찌 할꼬
즈그들 다투는 소리를 듣고 할머니는 바쁘다고
전화를 끊었다.
에고 할머니 노릇 해 먹기도 힘들어
ㅋㅋ
둘째가 삐짐인데, 그럼 할머니도 삐짐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