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의미란?????
서울살이 정리를 하고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는지도 벌써 햇수로는 15년이다.
아이들 모두 내 보내고
오두마니 둘만 남아 있는 어느 날...
우리도 이젠 서울을 벗어나서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으로
옮김을 해 보자고
하룻밤에도 기와집을 여러채 지었다 허물고, 허물고 지었다를 반복하다
두사람의 의견차가 좁혀 지지 않아
몇날,며칠 맘 고생을 하다가
어쩌랴....내가 저 주어야지
막상 둥지를 옮기고 보니 여간 낯설음도 아니고
이웃과 정을 나누고 지내기에는 살갑지 않은 내가 것두 못할 일이고
엘리베이터 에서 이웃과 눈이 마주처도 그저 어정쩡한 인사만 나눌뿐...
어린 아이들이 있는것도 아니라 이웃과의 사귐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일년, 이년 지내다 보니 막연하게 이웃들과 친해지기 시작을 하고
어쩌다가 동네 반장일을 맡아서 한 것이 지금까지 동네 반장이다. ㅋㅋ
동네 반장일을 하다 보니 더 이웃과 친해 지고
소소하게 이웃들 집안의 애로사항도 들어보게 되었다.
301호 바깥 어르신은 연세가 89세 이시고 안살림을 하시는 어르신은 80세...
그런데 모두 연세에 비해서 정정 하시고 또 대단히 살가운 정을
담뿍담뿍 쏟아 주시는 분들이시다.
두달여전.....현관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는데 이사를 가신단다.
네?????? 뭔 이사를???? 노인네들이 그냥 사시지....
이사를 가신다고 하니 묘한 기분이 드는 것이 참 서운한 마음이였다.
차근차근 내막을 이야기 하시는데 것두 그럴만한 사연이 있으시다.
그래두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가시기에
자주는 아니여도 가끔은 오며가며 만날수 있으시겠네요......ㅋ
입에 발린 인사는 아니여도 그래도 내 딴은 아쉬움이 잔뜩 들어 있는 인사였다.
그래도 우리가 이사와서 가깝게 지내시던 어르신인데....서운하기는 하지...
이사를 가시면 말이 그렇지 그리 찾아 뵙게 되지도 않을 것 같고 해서
이사 가시기 전날
샴푸,린스를 포장을 예쁘게 해서 선물해 드렸다...
내 딴에는 그래도 그동안 함께한 정이 어디인데.....
이사 하시느라 집안은 온통 정신 없이 벌려 놓으셨는데
현관앞에 서서 마지막 인사를 나눔하는 아쉬움이 찐하게 배어 나온다.
손을 잡고 참 많이도 섭섭해 하시면서
웬 이런 선물을 준비 했느냐고.......고맙다는 말씀을 연거푸 하시는데
오히려 내가 미안할 정도로 고마운 마음을 전해 주신다.
그러고는 담날 이사를 가시고
나도 잊어 버리고 그렇게 살아 가고 있을 즈음
딩동 현관벨이 울리기에 "누구세요"????? 했더니만
반가운 301호 어르신 목소리였다.
웬 일이시지????
이사를 가시고 한달여 만에 만나는 반가움이란....
잠깐 들어 오셔서 차 한잔 이라도 하셔요. 했더니
살던 곳 노인정에 오셨다는 말씀과 함께
살포시 수줍은 웃음을 주시면서
이거.....내년여름에 시원하게 입으라고 인견 민소매를 만드셨다고 하시면서
건네 주시는데 참 마음이 찡하고......짠 하다.
이태전에도 인견으로 만든 민소매 블라우스를 만들어 주시기는 했는데
여름이면 그것만 입고 시원하게 여름을 나기는 했는데
또 인견 민소매 블라우스를 만들어 오시다니......
이런게 사람 사는 맛인가 보다.
이래서 이웃이라는 맛인가 보다.....
참 고맙기만 한 어르신....정말 고맙습니다.
내년 여름은 올 여름보다 더 폭염이 기승을 부릴거락 하던데
시원하게 잘 입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총총히 노인정 으로 발걸음하시는 어르신....
우리는 좋은 인연이였는가 보다.
가끔씩 떠 오르는 좋은 인연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