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모음
따뜻한 하루에서 옮김..
아포리
2016. 10. 16. 10:43
하늘나라
편지

오래전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겪은 일입니다.
어느 날, 초등학생으로 되어 보이는 한 아이가
100원짜리 동전 하나를 건네며 10분만 인터넷을 할 수 있느냐고 했습니다.
저는 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규정대로 500원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다며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그래도 그 아이는 100원밖에 없는데
10분만 하게 해주면 안 되냐고 계속 생떼를 썼습니다.
내일 400원 더 가지고 오라 했지만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습니다.
"아빠한테 편지 써야 한단 말이에요."
저는 꼭 컴퓨터로 쓰지 않아도 된다며 편지지에 써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또 울먹이며 대답했습니다.
"편지지에 쓰면 하늘나라에 계신 저희 아빠가 볼 수 없어요."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하늘나라에 계신 아빠에게 편지를 써도
답장이 없어 이메일을 보내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컴퓨터는 모든 나라에서 사용할 수 있으니까
하늘나라에도 갈 거라고 아이는 천진하게 말했습니다.
그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가슴이 짠해져서
컴퓨터 한 자리를 내어 주고 꼬마가 건네는 100원을 받았습니다.
10분 후, 꼬마가 와서 자신의 이메일을 하늘나라에
꼭 보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아이가 남기고 간 편지에 저는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TO. 하늘에 계신 아빠
아빠, 저 승우예요.
거기는 날씨가 따뜻해요? 춥지 않나요?
여기는 너무 더워요.
아빠, 밥은 드셨어요?
저는 조금 전에 할머니랑 콩나물이랑 김치랑 먹었어요.
아빠~ 이제는 제 편지 보실 수 있을 거예요.
피시방 와서 아빠한테 편지 쓰니깐요.
아빠 많이 보고 싶어요.
꿈속에서라도 아빠 보고 싶은데
저 잘 때 제 꿈속에 들어와 주시면 안 돼요?
아빠 저 이제 그만 써야 돼요.
다음에 또 편지할게요.
세상에서 아빠가 가장 사랑하는 승우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빠한테 드림

누군가 내게 도움을 청한다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그냥 지나치지 말고
귀 기울여주는 우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그에겐 가장 간절한 소원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오늘의 명언
사랑의 첫 번째 의무는 상대방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 폴 틸리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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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참 단순하다.
아이들은 참 마음이 곱다.
지난해에 있었던 일...
학교에서 돌아온 둘째 손녀딸래미가
허겁지겁 전화를 해 대는 듯
숨소리도 가쁘게 가방은 그대로 등에 메고 있는 듯
그런 모습이 전화 목소리에서 느껴 진다.
할머니인 나도 급해서
왜??? 그래??? 채영아~~~~
할머니~~~~
있잖아요...
오늘 우리 앞집 이사를 갔는데요
할머니가 언능 우리 앞집으로 이사를 오셔요
빨리요....
아이는 그게 그렇게 앞집이 이사를 갔으니깐
우리 할머니가 언능 이사를 오면 되는줄 알고 있었다.
할머니는 얼마나 웃음이 나오던지
전화기에 대고 한바탕 신나게 웃었다.
아마도 오랜만에 웃어보는 웃음인것 같다.
앞집이 이사를 가고 집이 비어 있으니깐
우리 할머니가 이사를 오면 딱인듯 싶었던 아이 마음.....
얼마나 순수한 마음인지.
만약 할머니 앞에 둘째 손녀 채영이가 있었다면
꼬옥 껴 안아 주고 싶은 마음이였다.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
아직은 때 묻지 않은 그 순수함이 좋다.
그런데 점점 커 가면서
그 순수함을 잃어 버릴까 두렵다.
언제 까지나 할머니 한테는 사랑스런 순수한 내 손녀 딸래이였음 좋겠는데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