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니....
머리가 반백이 되어 버린 울 엄마....
등허리는 굽어 굽어 펴질줄을 모르고
딸래미가
엄마~~아 하고 친정 문을 두드리면
문열고 나오시며
땅콩같은 딸래미 키를
굽어진 허리를 펴시면서
올려다 보셔야 하시는 울 엄마~~
그냥 울 엄마 걱정 보다는
내 새끼 걱정만 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 추운 날에
울 엄마 추우실까 걱정 보다는
우리 새끼들 퇴근길 길은 미끄럽지 않은지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힘들게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울 엄마 걱정 보다는
내 새끼들 걱정을 더 먼저 하고 있습니다.
이래도 저는
울엄마의 가장 사랑을 많이 받은
큰 딸래미 랍니다.
제 머리도 이젠
울 엄니 만큼은 아니라도
머리에 서리가.... 허옇게 내려 앉아 있습니다.
지난주 주말에는
내 며느리가 시에미 머리가 허옇다고
염색을 해 주고 가서
까만 머리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도 울 엄니 보다는
머리가 까매야 하겠기에
내가 바쁘다는 핑계로
울 엄니 한테 다녀 온지도 한참 되었습니다.
급하게 엄니한테 전화를 넣었습니다.
엄마~~~
오늘 오전에 잠깐 다니러 갈께...
뭣하러 오냐....마음에 없는 빈 말씀을 하십니다.
당신과 함께 늙어 가는 딸래미가 그래도 반가우시면서도
맨날 동동 거리면서 바쁘다고 목소리만 들려 드리는 딸래미가
그립기만 하실텐데요.
눈물바람, 한숨바람으로 계시는 엄니를 뵙기가
아직은 가슴이 아퍼서.......ㅠ
유치원 가야 하는디????
ㅋㅋㅋ
엄마는 어르신 유치원을 다니고 계십니다.
오전 10시에 등교를 하셨다가 오후 5시에 하교를 하신다고 하십니다.
재가복지센터가 울 엄마의 유치원 입니다.
엄니.....거가서 뭐 하는디?
뭐 별난거 다하지.....
종이접기, 노래 부르기, 무용하기, 등등등.....
엄마의 유치원을 한번 방문해서
하모니카 소리 들려 드려야 하겠다 하면서도
아직도 내 시간 내기가 바쁘다고 못하고 있는 딸래미.....ㅠ
엄마도 모르게 깜짝 방문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딸래미가 무슨 일을 하고 돌아 댕기는 줄도 모르는 울 엄니.
아직도 목소리가 곱고, 노래를 즐기시는 울 엄니 한테
조만간 울 엄니 유치원에 다녀오려 마음은 먹고 있는데
ㅠㅠㅠㅠㅠ
이제 구십에 차오르는 세월을 가볍게 해 드려야 할긴데요.
정신도 오락가락 하셔서..
내 정신도 오락가락 하는데 울 엄니야 오죽 하겠습니까.
엄마의 깊숙히 쌍꺼풀진 눈매가 앞서 간 동생이 꼭 닮아서 인지
엄마를 뵙고 오는 내내
가슴이 아리기만 하네요...
울 엄니
이젠 건강 하시라는 말씀은 안하고 싶고
어여 편히 가셔야 할텐데......
불효인지...효도인지 헷갈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