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카에 대한 단상...
하모니카에 관한한 참 문외한 이란 걸 자주자주 느낀다.
시작이 반 이라고들 하지만
워낙에 늦게 시작한 하모니카 이기에 더더욱 어려움은 배가 되고 있다.
누군가...왜 하모니카를 시작 했느냐고 묻는다면???
글쎄?? 왜 그 늦은 나이에 하모니카를 시작 했을까??
성당에서 한달에 한번 있는 복지관 배식 봉사를 나갔다가
우연찮게 게시판을 들여다 보니 하모니카반 모집.....ㅋ
생각없이 전화를 하고, 만나고, 딸래미가 초등3학년때 쓰다 넣어 둔
그야말로 완전 고물 하모니카 하나 들고 찾아 간 것이 계기가 되었다.
누구나 그랬던 것 처럼 나도 하모니카는 한개만 있으면 되는줄 알았다.
그냥 집에 있으니깐 고물인지 뭔지도 모르고 덜렁 거리고 갔다.
연세가 80을 바라보고 계시는 연세가 지긋하신 선생님 이셨다. ㅋ
하모니카 하신지는 10년이나 되셨다고 하시는데 마냥 부러움 이였다.
그러면 70초반부터 하모니카를 하셨다는 말씀이신데....
그럼 나는???? 60 중반에 있으니 지금부터 해도 좋을까요????
그렇게 만난 선생님은 기분좋은 오케이를 해 주셨다.
하모니카 악보를 내어 주시면서...
하모니카 악보는 이렇게 보는 거예요.....ㅋㅋ
웬 아라비아 숫자가 적여 있는게 하모니카 악보란다. ㅋ
뭔 악보가 이런 악보가 있남????
아마도 나이든 사람들이 하모니카를 시작하면
원래 이렇게 숫자 악보로 해야 하는가 보다.....순전 내 생각만.....ㅋ
오선 위에 그려진 음표는 절대 보지 말고 숫자만 보면 된단다. ㅋ
나는 얼마나 착실한 학생인지....숫자만 열심으로 ....ㅋㅋㅋ
숫자만 열심으로 디다 보면서 나비야도 배우고 학교종도 배우고, 산토끼도 배우고
완전 색바랜 고물 하모니카에서 신기하게, 나비야도, 학교종도, 산토끼도 나온다.
그 신기함에 마음이 들뜨기 시작을 하면서 차츰차츰 실눈이 뜨이기 시작을 한다.
가느다란 실눈을 뜨고 조심스럽게 두리번 거리다 보니
완전 또 다른 내가 모르는 신세계가 있음을 보았다.
신세계가 있음을 들여다 본후 부터는 도통 정신을 차릴수 없을 지경이였다.
그 작은 하모니카에서 어쩌면 저런 멜로디가 나오고 자유자재로 하모니카를 요리 하는지..
그때서야 강산이 몇번이나 바뀜을 했는지 모를 내 고물 하모니카는,
내게 동요를 가르처준 고물 하모니카는 푸대접 이였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무조건 아카데미 문을 두드려 보았다.
두드리면 열릴 것이라는 순전한 내 생각은 거기서 부터 복병이였다.
아카데미에 함께 모인 그날....수업 시작전 한곡씩 모두 의무적으로 연주를 해야 한단다.
그래야 실력차를 알수 있기에...ㅠㅠㅠㅠㅠ
함께 모인 학생들 모두 작은 단상에 올라 하모니카 연주를 하는데
이건 또 뭐야???? 기가막히게 하모니카 연주들을 하는데
나는 그냥 그 자리에서 다시 발길을 돌려 나오고 싶은 심정이였다.....
내 심장도,내 얼굴도, 콩닥이면서 빨갛게 물들어 갔다.
나는 생전 거의 들어 보지도, 접해 보지도 못했던 곡들을 어쩌면 저렇게 유연하게들 할까??
나는 겨우 동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그래도 나름 내가 잘 한다고 아카데미에 와 앉아 있으니..얼마나 한심했던지.
드뎌 내 차례....어쩌랴 무식하면 용감해야 하고, 피할수 없으면 즐겨야 하고
것두 틀릴새라, 한음, 한음 따박 따박 감정도 없이 초등학생처럼 긴장하면서. ㅎㅎㅎㅎ
뜰 아래~~ 반짝이는 햇살~~처럼
꽃동네 새동네 동요를 했다....참 내가 생각해도 대단히 용기있는 행동 이였지 싶다.
동요를 끝내고 내려 오면서 장내 분위기를 보니, 모두 어이없는 표정들....
모두 한심한 어린아이 들여다 보듯 나를 바라 보는 시선 들.....ㅎㅎㅎㅎㅎ..ㅉㅉ
그날 봄비는 무지막지하게 내리는데, 나는 대체 뭐하러 이곳에 와 있는걸까??
오만가지 생각에, 나홀로 동요 로 부끄러움에, 대체 어쩔 거냐....이제는 ㅠ
내 자신에게 하루종일 수없이 반문을 해 보면서 정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가
첫날 오후 수업이 끝나고 모두 돌아가고 나 혼자 생각정리를 했다.
이왕지사 발을 들여 놓은 거....3개월 등록금을 내어 놓고 시작해 보자는 배짱....ㅋ
지금까지 그때의 배짱이 큰 밑거름, 절대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아마도 그때 그냥 뛰처 나왔다면 하모니카 하고는 영 이별 이였지싶다.
3개월을 무지막지, 무식하게 용감하게 버텨 나갔다.
다른 사람들이 울고넘는 박달재를 하면 그날은 하루종일 우울했고, 밥맛도 없고,잠도 안오고
나는 해도해도 울고넘는 박달재 같은 곡은 할수도 없을것 같았다.
그저 다른 사람들 옛 가요를 연주 할때마다 나는 숨죽여 했던 설움의 시간들....ㅠㅠ
나도 내 자신을 모르겠다...내가 왜 거기에 있어야 했는지...무슨 배짱으로,
3개월을 꿋꿋하게 용기 있게 버텨 가면서 귀를 열어 보니
그때서 부터 들리기 시작하는 음정, 박자.....등이 귀에 거슬리게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모야....왜케 박자들이 틀리고 제 멋대로야???
귀가 열려지기 시작한 그때부터 나도 해 볼수 있다는 승산 을 머릿속으로 굴려 가면서
나머지 등록금 전액을 지불 하였다. ㅎㅎㅎㅎㅎㅎ
그래야만 내가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등록금 때문에라도
하모니카를 계속 잡고 있어야 할 명분을 내게 주기 위해서.....ㅋㅋ
그때서야 하모니카의 숫자보를 이해 하게 되고
내게 하모니카는 오선악보를 보면 안되고 숫자 악보를 보고 해야 한다는 이론을
80 가까우신 선생님께서 왜 역설을 하셨는지 이해를 하게 되었다.
현악기를 할때는 고정도법이였는데 하모니카는 이동도법을 해야 편하다는 것.
참 나도 눈이 한참만에 떠 지는걸 보니 긴장감도 어지간 했던 모양이다.
장조12개,단조12개의 하모니카를 가방에 가지런히 넣어 놓고 들여다 보면
이젠 내 사랑하는 내 장난감으로 행복감이 충만함으로 밀려 온다.
모든 악기들이 그러 하겠지만..
하모니카는 하면 할수록 더 어려워 지고 있다. 인내심이 필요하다
나이 들어 가면서 누구나 악기 하나쯤은 배워 둬야 할것 같은 생각에..
무겁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누군가에게나 시끄럽다는 소리 듣지 않고, 연습장소 구애받지 않고,
고운 소리를 즐겁게,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갈수 있는 악기 하모니카가 있어
내 인생 후반은 즐거우리라...
내노라 잘 한다고 하는 사람들 틈 바구니에서 못 한다고 좌절하지 않고
어떻게 그렇게 버티면서 왔는지 스스로도 대견하고 신퉁방퉁 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배울것도 많고, 배워보고 싶은 것도 많지만 욕심 내지 않고
천천히 즐겨 가면서 하자는 마음이지만 그게 또 쉽지 않네.......ㅋ
욕심이 생기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여 오고, 다른 사람들 만큼 따라 가고는 싶은데
그만한 여건이 주어지지 않아 충족되어 지지 않는 마음이 안타까워도
어쩌랴....내가 있는 그 자리가 시방 꽃 자리려니.....ㅎㅎㅎㅎ
언제나 꿈보다 해몽이 좋더라.
ㅋ
그래도 이젠 나도 울고넘는 박달재도 할수 있고, 꽃물도, 일소일소도 할수 있는
내가 좋다....그냥 좋다.
어쩌다 마음이 지치는 날 하모니카 하나 언능 꺼내서 한곡 연습해 보면
갓 입학한 초등학생 글씨 모양새 처럼
음정도, 멜로디도 삐뚤빼뚤 이지만
하모니카 옆에 두고 이젠 하모니카랑 평생 연애하는 감정 알랑가???
좋은 봄날에
하모니카랑 연애하는 기분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