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에는 방아깨비 잡아서
동생들과 긴 다리 붙잡고
누구 방아깨비가 더 잘 뛰나
까딱 까딱 거리면서
꼴밤 맞기 내기를 한적이 있었다.
참 철 없었던 시절......ㅋ
며칠전 어스름 어둑해질 무렵
반월호수를 나갔다가
살랑바람에 머리도 식히고
오랜만에 저녁 나들이라 또 색다른 맛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려고 차 문을 여는 순간
무언가 발 잔등올 폴짝 거리는게 있어 보니
기다란 녀석 방아깨비가 차에 붙어 있다가
차 문을 여니 놀랬는가 보다. ㅎㅎㅎㅎ
그냥 내비두고 보내주어야 하는데
왜 그걸 잡으려고 애를 썼는지.....ㅠㅠ
긴 다리를 펄쩍 거리면서 두어번 겅중겅중 뛰더니
그만 내 손에 잡히고 말았다.
그걸 뭐하려고 잡았는지 참 한심한 사람이다.
맘속으로 통쾌하게 쾌재를 부르면서
너...나 한테 잡혔지??? ㅎㅎㅎㅎㅎ
그냥 차 안에 놓아 주었다.
지까이께 차 안에서 어디로 도망 가려구??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왜케 기분이 좋았는지. ㅎㅎㅎㅎ
아마도 방아깨비는 내 손에 잡혀 차에 실려 오면서
가슴이 콩닥였을텐데....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생각을 했다.
이 녀석을 베란다 화분위에서 살게 놓아 주어야지??
이슬이 없어 어케 하지??
별 생각을 다 하면서 오는 도중에
신호등이 몇번이나 바뀌고 건널목이 몇번 생기고 나니
그만 방아깨비 생각을 잊어 버렸다.
그리곤 아파트에 도착을 해서는 방아깨비 생각을 모두 잊어 버렸다.
그리고 그 다음날 하루종일 맑아서 차 안이 한낮 햇살 때문에
무지 더웠을텐데
그 하루를 보내고 그 다음날
외출을 하기 위해 차를 탔더니만.....아뿔사 세상에 어쩌면 좋누
이 녀석이 조수석이 뭐 하는곳인줄도 모르고
올라와 앉아 있다. 원 세상에 참내
그래 조수석에 앉아 있는게 맞긴 맞지...ㅎㅎㅎ
가만히 요동도 안하고 있기에
살짝 건드려 보았더니 꼬리를 움찔 거린다.
긴 다리도 움찔 거려서
음......아직 살아 있군
그런데 클났다.
바쁘게 나가는 길이라 이 녀석 방아깨비를
데불고 다녀야 하는데
혹......멀미라도 하면 어쩌누
별생각을 다하면서 마트도 들려 휴지도 사고
양손에 짐이 있어 이 녀석 방아깨비를 손에 담아
데불고 들어오는데는 무리였다.
그래서 가방아 집어 넣어 버렸다. ㅋㅋㅋㅋ
언능 집으로 올라와
가방에 처박혀 있던 녀석을 혹여 다리라도 분질러 질까봐
조심조심 꺼내서 어제 베란다 화분에 놓아 주고는
오늘 하루가 다 가도록 방아깨비 생각은 전혀 못하고 있었다.
녀석이 잘 있는지....어쩐지
내일은 동이 틀때 찾아 봐야겠다.
에구 세상에는 불쌍한 녀석들이 많네.....
하루 가을 비가 요동을 치면서 쏟아 지더니
낙엽잎새들의 난장이 시작되었다.
낙엽 깔린 거리 거리를 미끄러질새라 조심조심
깨끔발로 살금살금 걷는다.
예전 같으면 씩씩하게 걸어도 겁나지 않더니
요즘은 깨끔발로 살살 걸어야 한다.
완전 소심쟁이가 되어 버려
미끄런 낙엽 밟고 넘어지면 나만 손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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