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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우리는 푼수여....

아포리 2016. 2. 19. 06:38





늦은 시각

그 시간이 아마 12시 자정이 가까워 가는데


주섬주섬 거리고 나오더니

맥주한잔 하고 싶다는데


귀찮음이 발동을 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ㅋㅋㅋ


요즘은 내 목소리가 더 커저서 신난다. ㅋㅋㅋ

"아니 이 밤에 웬 맥주여~~"


그러고 나서 또 미안한 생각이 든다.

이왕 서비스를 내 줄것 같으면


곱게 곱게 여성 스럽게 내어 줄 것이지

나도 참 못 말리는 할망구여....


젊었을적에는 내 목소리는 온데간데 없었는데

이잔 내 목소리가 더 커서 좋다. 신난다.


대신 남편의 목소리는 자꾸만 작아지고 있으니

그것 또한 어떤땐 안스럽지......ㅠㅠ


맥주가.....가만 있자

있나? 없나??


아이들이 사 놓고 간 맥주가 있기는 있는데

이게 뭐 색깔은 거무틱틱하고 뭔 맥주가 이런게 있노,


안주가 없는데 안주는 뭘로 해야 하나 궁리를 하는데

피땅콩도 있고, 구워 놓은 찐하게 향 좋은 파래김도 있고


그거면 충분하지~~

남편은 괜히 겸언쩍기도 하고, 미안 하기도 하고


그러면 충분 하닥 해서

캔 맥주 하나 따서 큰 머그잔에 한잔 따라주고 나니


조금 남아서 그건 내 몫으로

작은 머그잔에 부어 놓고


ㅎㅎㅎㅎㅎㅎㅎ

웬 주책없는 짓을......


둘이서 내복 바람에, 잔을 부딪히고 위하여~~~를 하니

누굴 위한 위하여를 하는 겨....참말로


이젠 나는 여자도 아녀....그냥 할망구여

이왕 맥주 서비스를 할거면


작은 캔맥주 하나를 나눠 먹을 망정

조신하게, 이쁘게, 보기 좋게 식탁차림을 해 줄것이지


그냥 투박 투박이로, 있는대로, 눈에 보이는 대로

어떠랴......우리끼리 인데. ㅋㅋㅋ


쬐끔은 미안한 마음이 든다.

괘안아~~~ 뭔 오밤중에


내복바람에 둘이 마주 않아서 푼수떼기들 처럼

그러고 있는 모습이


내가 당신을 보는 웃음이

당신이 나를 보는 웃음이


그냥 좋기만 한걸....

버럭 거렸던 마음도 맥주 한모금에 어느새 내려 앉고


우리는 천생연분

푼수떼기 부부여....


그래도 40년 넘게 함께 살아 왔으니 천생연분이여.....


미울때는 한없이 밉다가도

안스러울 때는 또 한 없이 안스러우니

것참~~~


모를게 부부 사이여

근데 누가 그러데 친구사이에는 비밀이 없어도


부부끼리는 비밀이 있다고 누가 그카데

우리도 그래?????? 아니지?????


맥주 한모금에 두런두런

커다란 집안에는 이젠 둘 만의 소리만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