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8시 찌~리리릭
전화가 울린다
받을까? 말까?
머릿속이 요물처럼 찰나의 순간을 요리 한다.
왜냐면....ㅋㅋ
요즘은 웬 놈의 국회의원 여론조사 전화가 그리 많이 걸려 오는지
싫다....정말 싫다
메모리된 소리가 돌아가면
그냥 수화기를 놓아 버린다.
아마도 이 시간때에 전화가 또 여론조사 전화 일꺼야...ㅠ
아이들 하고는 한시간 전에 통화를 했으니
전화기를 붙들고 있을 이유가 없을것 같아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
ㅋㅋㅋ
전화기의 신호음이 툭~~ 끊어 진다.
그럼 그렇치 귀찮은 여론조사 전화는 내비 둬야 혀.
생각이 멈추기도 전에
전화기가 또 울린다....꼭 받아야만 하는 전화인것 처럼
그냥 무심코 수화기를 들고는
또 상냥하게 받아야지.....ㅎㅎㅎ 나직나직 하게
늦은 시간이라...."여보세요"
으익~~~~~
웬 남정네의 목소리가 그 쪽에서도 차분하게 "여보세요?"
이.....000누구네 집이죠???....."네 맞습니다"
나....이 0000 입니다....ㅎㅎ
아쿠야 순간 머리를 얻어 맞은것 같은 느낌
죄송해서....어떻게 몸둘바를 모르겠다.
이론 ..내 경솔함이 또 이렇게 발동을 하다니..
남편과 아주 가까이 지내던 대학동창 이였다.
부인을 아주 아주 오래전에 사별을 해서 우리들 모두 가슴 아파 하던
남편의 친구......아고야....죄송해서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전에 들려오는 소리는
손수 겨우내 비닐하우스에서 농사를 지은
오이를 보냈는데 확인을 해 보니 경비실에 보관을 했다고 하는데
경비실에 그냥 있으면 밤새 오이가 얼어 버릴것 같아서....요
그동안 나는 전혀 소식을 모르고 있었는데
멀리 상주에 가서 살고 있다는 말씀과 함께
어여 경비실에 가서 오이를 받아 오란다. ㅠㅠㅠㅠ
반가운 안부도, 물어 볼 여유도 없이
남편은 잠 나라에 빠저 있으니 내가 통화를 할 수 밖에 없는데
바삐 전화를 내려 놓으려 한다.
네....고맙습니다. 로 얼버무리고...ㅎ
바삐 슬리퍼 끌고는 오이를 찾아와서 열어보니
얼마나 오이가 얌전하고, 맵시 있고, 근사하게 생겼는지
하나를 들고 언능 베어 물었다.
상큼한 오이의 향기가 입안 가득 그득 퍼진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 갈 날이 적은 우리들..
죽마고우로 그리 지내다가 멀리에 가 살고 있다는 핑계로
모임도 못 나오고 하는 친구.....
자식 직장 따라 상주까지 가서 살게 될 줄이야
요렇게, 요렇게 정을 나누던 사람들이 그립다.
누가 먼저 앞서고, 뒤 서고 할 터인데
가슴이 짜안 하니
그동안 함께 지내 오던 그리움이 몰려 온다.
우리 삶이 무어간데. 뭣이 그리 바쁘간데
연락도 못하고, 멀리 있다고 자주 보지도 못하고
이젠 우리 삶이 얼마나 남아 있다고.....
가슴이 순간 먹먹해 진다.
초저녁 잠을 자고 난 남편에게 오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녀석 참.......남편도 정분 나누던 친구가 그립다.
친구에게 보내려 상자에 오이를 담으면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꼬......
겨우내 애지중지 키워 내면서
누구누구에게 보내 줘야지 하는 그 인정스런 마음을
가슴이 아리다. 부인을 일찍 사별하고 혼자 살고 있는
남편의 친구가 얼마나 외로울까???
요즘은 한 집안에서 둘이서만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면서
그리 돌아 가면서 살고 있지만,
우리 내외가 하루에 얼마나 많은 대화를 하고 살고 있지???
생각을 해 보고 점수를 매겨 보니. ㅎㅎㅎㅎㅎ
한 20점이나 주어 볼까??"?
남편 친구가 보내 준 오이 한상자를 놓고
그동안 쌓였던 많은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어릴적 살아오던 이야기 ....많이 들었던 이야기 지만 좋다, 그냥 좋다.
중학교 때부터 대학교 까지 외지로 나와 공부를 하던 이야기
밀고 당기고 하면서 연애하던 이야기, ㅎㅎㅎㅎㅎㅎ
살아 오면서 투닥 거리면서 다툼도 많이 했던 이야기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
친구들 이야기, 밤새 시간 가는줄 모르고
오이 한상자의 기쁨으로 오랜만에
우리 내외 이야기 보따리 끊임 없었다.
그려 ~~~ 잘해 줘야지...참말로 잘해 줘야지
우리 삶이 얼마나 남았다고.....ㅠㅠ
조만간 날이 풀리면 상주에 있는 친구 만나러 길을 나서야 겠다.
오늘은 오이소박이 하는 날..
ㅋㅋ
오늘은 무지 바쁜 날인데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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