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엄 마...

아포리 2016. 6. 7. 19:11




등허리 굽은 엄마를 뵙고 온지가 한참이나 되었다.

친정을 다녀 온 뒤로는 엄마를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던것 같다.

 

아니 머릿속에서 잊어버리고 살아왔다는 표현이 맞나보다.

엄마가 전화를 주셨다

 

보고싶다는 표현 이시지만

 동동거리면서 바쁘게 돌아다니는 딸래미를

 

위한답시고

매일 바쁜 너 보기 어려워 택배로 울금을 보냈으니

 

요리할때 이렇게 저렿게 해서 먹고

귀찮다고 또 어느 구석에 밀처 두지  말고 정신차려서


이서방도 잘 먹게끔 해서 먹이고....... 

 

인천이 그리 먼거리도 아니련만

40여분이면 족히 한걸음에 다녀올수 있는 거리이고


 

큰 딸래미 얼굴 한번 보자 하시면 되었을 것을

택배로 보내시다니....

 

가슴이 울컥 거린다

문제는 엄마가 보내셨다는 울금 택배 조차도

 

그 딸래미는 바쁘다고 정신을 어디에 두고 사는지

또 까맣게 잊고 있었다.

 

참 노친네도 그냥 비닐봉지에 넣어 보내도 될것을

신문지로 몇번을 싸서 병이 깨지지 않게 정성을 들이셨다.

 

굽은 허리로, 투박한 손으로 싸셨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리다.

울금을 꺼내 삐뚤빼뚤 내려쓰신 엄마의 레시피를 보면서

 

음식을 만들었다

윽~~입에 맞지 않는 울금 이라는 요물

 

카레냄새 비슷한 것이 입맛이 당기지 않는다

그거 비싸게 주고 산 거여 ~~~ 단대이 꼭 챙겨서 먹으라는

 

엄마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게 울리는데

다시 돌려 보내면 엄마의 맘 상하심이 눈에 보여

 

그냥 쏟아 버렸다

사랑은 치사랑은 없고 내리사랑 이라더니

 

늘 큰 병 치레로 엄마의 간담을 서늘하게 해 드렸던 큰 딸래미 걱정에

때때마다 마음이 타 들어 가셨을것 같은 엄마의 속 마음을


그 딸래미가 뭘 알겠나....그냥 엄마의 애물단지 였겠지....ㅠㅠ

이젠 엄마도 노쇠하셨고, 나도 엄마 따라 이쁜 모습 다 버리고 늙어 가고 있다.


있잖니~~~ 울금을 밥 할때도 한 수저 넣어서 밥을 하고

찌개를 할때도 한 수저 넣어서 해 먹고...그 울금이 그렇게 좋은 거란다.


내 엄마의 울금 예찬은 끝이 없이 나는 잔소리로만 듣는다.

노심초사 딸래미를 위한 그 엄마의 애간장 타는 울금 요리법을


나는 그저 귓등으로 흘려 들어 버리고

엄마의 내리사랑이 담뿍 담겨 있는 울금가루를


그려 한번 해서 먹어 보지 뭐....까이 것

엄마는 그거 울금이 국산이여.....국산인지, 외산인지는 모르지만


까이 것...한번 해 보자 싶어 울금 밥도 해 놓고, 울금 국도 끓여 놓고

밥상 머리에 앉은 남편의 용안을 살펴 보니


그닥 행복한 용안두 아니거니와, 이걸 대체 어떻게 먹어?

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리 몸에 좋다고 강조를 하시고 힘을 주어 말씀을 주시고

행여 또 쏟아 버릴까 염려가 되시어


그거 국산이여, 그거 비싸게 주고 산 것이여. 하셨어도

도무지 입맛에 맞지 않아


다 쏟아 버리고 말았다.

내가 싫으면 남도 싫은 법이여 하고는 울금도 버렸다.


엄마의 마음을 버렸다.

그리곤 엄마한테 빨간 거짓말을 해 버렸다.


엄마~~~~ 그거 카레 맛 같아 좋아유~~~

전화기 선 넘어서 들려오는 엄마의 밝은 목소리에


 

나는 또 거짓말 쟁이가 되어 버렸고

이렇게 머리가 엄마보다 더 허연 딸래미는


 늘

엄마의 애간장만 태우는 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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