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책장을 정리하다~~~ㅋ

아포리 2018. 1. 15. 06:21

 

 

 

책장에 그득그득한 책을 정리를 몇번 했는데도

또 버려야 할 책들이 많다

 

넘처 나는건 책 뿐이 아닌데도 이젠 책장에 책도 정리를 헐렁하게 해야겠다 싶어

한 구석에 있는 책장문을 열고 오래된 책들은 글씨도 작고

 

이제는 별 도움이 되지도 않는 책들은 모두 꺼내고, ㅎㅎㅎㅎ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책들이 세상에 어디 있겠나마는

 

옛날 책들은 우선 글씨가 작아서 이젠 돋보기로도 들여다 보기도 안된다.

하나하나 책을 꺼내다 보니 색도 바래버린

 

겉표지가 빨간 얇은 것이 툭하니 떨어저 내린다

이건 뭐야???? 하고 열어보니 ㅍㅎㅎㅎㅎㅎㅎ

 

혼인서약서.....ㅎㅎㅎㅎㅎㅎ

이런것도 있었구나.....있었지

 

그니와 나를 하나로 묶어 놓았던 혼인서약서...혼인 하던날

주례선생님께서 건네 주셨지.

 

1973년 5월19일 오후2시

그 이후엔 꿈만 있을것 같았던 그 시간들이

 

신혼여행 다녀와서 보니 어제와 오늘이 너무도 딴 세상이였다.

어제까지는 꿈이였고, 오늘부터는 현실 이였지.

 

그냥 결혼만 하면 재미있을것 같았고,

지독히 사랑하는 사람하고 함께 한다는 그 자체만으로 좋았기 때문에...

 

그런데 앞치마 두르고

부엌에 서 보니, 연탄색깔 보다 더 까만 색깔로 깝깝스러웠다.

 

밥을 할줄 아나, 반찬을 할줄 아나, 쌀을 씻어 놓고 밥물을 조절할줄 아나

나는 그동안 뭐 했지????

 

아무것도 할줄 모르는 고운 새댁시절..그래도 그렇게 살아온 세월이

지금 몇년이 지난 것이염????

 

살아온 세월들이 파노라마 되어 머릿속에 남아 있다.

좋았던 시절, 어려웠던 시절 온통 버무려서 슬기롭게 헤처 가면서

 

비둘기 날개짓 속에서 아이들 키우고, 살림 늘려 가면서, 그래도 평화로웠지????

사실 함께 살아 보니 좋았던 시절 보다는, 투닥 거렸던 시절이 더 많았던것 같은데

 

이젠 서로가 측은지심이 되었다.

키가 훌쩍 크고 잘 생겼던 그 모습도 이젠 쪼그랑 할아방이 되어 있으니

 

괴로우나, 즐거우나, 슬플때나, 기쁠때나

항상 존중 하면서, 검은머리 파뿌리 될때까지의 그 뜻이 뭔지도 모르고

 

지금에사

검은머리 파뿌리 될때까지의 그 무시무시한 뜻을 이제서야 알겠다.

 

수많은 시간들 속에서 다시는 안보고 싶기도 했던 때도 있었고

보따리 싸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을 것이고

 

그러다 부부사이 칼로 물베기 라고 푼수떼기 같은 시간들도 있었고

검은머리 파뿌리 될때까지의 인내심도 참으로 대단한 거다.

 

그 파릇 했던 시간에서 푸르렀던 시간 지내고

이젠 서로가 측은지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연민의 정으로 바라본다.

 

혼인서약

둘을 하나로 묶어 놓았던 종이 한장이 우리 둘이 함께 살아왔던

보증수표 같은 것인가 보다.

 

주례선생님의

모든일에 서로 협조하기를 굳게 맹세합니까???

 

둘이는 머리 조아리고

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