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지금 어디에
방학이 되었습니다
몇날 며칠 엄마 눈치만 계속 보고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학년 올라올때 엄마가 사주신 크레파스로는
멋진 방학숙제를 할수 없을것 같기에
방학이 시작되면서 엄마한테
크레파스를 새로 사달라고 조르고 싶은데
쉽사리 말이 목구멍에서 넘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밤에 잘때도 크레파스 꿈을 꿉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하루종일
크레파스 열두가지 색이 머리속에 맴을 돕니다
드디어....
엄마가 심부름을 시키십니다
그건 집에서 나와 행길을 건너 골목길 지나
학교앞에 하나밖에 없는 펌푸가 있는집에
주전자 들고 물을 한 주전자 받아오기 입니다
키 작은 내가 커다란 주전자에 물을 길어 오기란
그리 쉬운일이 아닙니다
펌푸질을 해서 주전자에 물을 가득담아 부지런히
골목길 지나 행길을 건너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다 보면 주전자에 송글송글 맺혔있는 물방울과
무거워 흔들거리면서 쏟아저 내리는 물이
감장 고무신 속으로 홈빡 들어갑니다
아뿔사.......
감장 고무신 속으로 들어간 물때문에 맨발이 미끄러
넘어저 무릎이 깨집니다 거기에 내가 감당하기에도
버거운 .......발간 피가 조금씩 묻어 납니다
쏟아저 반쯤 남은 주전자를 들고 울먹이면서
집으로 들어오면 엄마는 울고 서 있는 나를 보고
화들짝 놀래십니다
기회는 이때다 싶어
더 많이 아픈것처럼 엄살을 부리면서
크레파스 이야기를 꺼내봅니다
엄마의 마음은 안스런 딸을 보기가 안되었는지
두말도 없이 크레파스를 사주십니다
그러면 하얀 도화지에 .....
지금 생각하면 멋도 없는 그런 그림을 그렸습니다
도화지 맨 위에다 해를 그려넣고
햇님 밑에 산을 삐죽삐죽 서너 능선 그려 넣습니다
산 능선 밑에는 초가집을 그립니다
초가집 위로 몽실 몽실 올라가는 하얀 연기도 그려 넣습니다
초가집 앞마당엔 옆집 영숙이와 공기 하는 모습도 넣어보고
강아지 한마리도 넣어 보지만
지금 그 마음은.....그곳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가끔은 그곳으로 돌아가고픈 마음 간절합니다
초가집 굴뚝으로 올라가는 연기에서 엄마의 세월을 보고
무쇠솥에서 폭폭 올라오던 밥 냄새가 엄마를 그립게 합니다
아직도 마음속에 잊혀지지 않고 있는
하얀 쌀밥 밥 냄새가 그립습니다.
아마 지금 제 기억으로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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