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1일 대림 제3주간 금요일
Blessed are you who believed that what was spoken to you by the Lord would be fulfilled. (Lk.1,45)
제1독서 아가 2,8-14 복음 루카 1,39-45
툭하면 부부 싸움을 하는 부부가 있었습니다. 남편은 사소한 것에서도 싸움을 하는 이 결혼 생활에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평소부터 늘 존경했던 신부님을 찾아 도움을 청했습니다. 남편으로부터 모든 자초지종을 들은 신부님께서는 간단한 한 말씀을 하십니다.
“아내의 모든 말에 귀를 기울이게.”
그는 신부님의 이 충고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기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쉽지 않았지만, 아내의 사소한 말에도 귀를 기울이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런데 불과 한 달이 지났을 뿐인데 놀라운 일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글쎄 한 달 동안 부부 싸움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입니다. 그는 신부님을 찾아가 부부 싸움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기쁜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조언 한 가지만 더 해달라는 부탁을 하지요.
“신부님, 어떻게 하면 신혼 시절처럼 우리가 서로를 신뢰하고 깊이 사랑했던 감정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요?”
그러자 신부님께서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씀하십니다.
“그럼 이제는 아내가 말하지 않는 것에 귀를 기울이도록 하게. 사랑이란 별 것 없네. 사랑이란 이해와 공감이 생기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일세.”
모든 말에 귀를 기울이고, 심지어 말하지 않는 것까지도 귀를 기울이는 것. 이것이 바로 이해와 공감을 가져오는 것이며, 곧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이 말씀에 크게 동감합니다. 사실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습니까? 더군다나 말하지 않는 것까지도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불가능한 일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사랑한다면 가능합니다.
주님께서 이 땅에 오실 수 있었던 것도 이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주님 스스로 우리들의 모든 말에 귀 기울여 들어주셨고, 결국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셨습니다. 또한 이 땅에 오시기 위해 선택했던 성모님을 생각해보십시오.
성모님은 가브리엘 천사로부터 예수님 잉태소식을 들으시지요. 어떻게 보면 꿈같은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누가 천사의 말을 듣습니까? 그런데 평소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고, 또한 들리지 않는 그 소리에 집중하셨기 때문에 이 천사의 말도 들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들으시기 위해 노력하셨고, 또 들으셨기에 예수님을 잉태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도 보이듯이 엘리사벳 성인으로부터 찬미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고, 실제로 가장 복된 분이 되실 수 있었습니다.
우리 이웃의 말을 얼마나 잘 듣고 있었을까요? 잘 들리는 말도 들으려고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겠다고 말씀하십니까?
이제는 잘 듣기 위해 노력합시다. 그래야 서로 이해하고 동감할 수 있으며, 비로소 사랑의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길에 들어서는 사람만이 하느님의 말씀도 들을 수 있습니다.
인생의 태엽은 단 한 번만 감긴다. 시곗바늘이 언제 멈출지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금은 당신에게 주어진 유일한 시간이다(조지 켄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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