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살다가 산본으로 둥지를 튼게
2002년에 왔으니 햇수로 벌써 14년째가 되는가 보다
나이들어 둥지를 옮긴다는게 참 어설프기 짝이 없는 노릇인데
아이들은 모두 떠나 가 버리고
집안엔 덩그러니 나이 들어 있는 두 사람뿐 ....
딱히 아는 사람도 없고
아이들이 있어 동네 마실 이라도 갈 처지도 아니고
참 재미없는 시절 보내던 중....
복지관에서 만난 지인이 있었다.
고등학교 역사 교사로 있다가 퇴직을 했는데
무료하기도 해서 컴퓨터를 배워 볼 요량으로
컴퓨터 공부를 하다가
나는 컴퓨터의 기초공부는 모두 끝낸 상태라
별 재미는 없었다.
그런데 그니는 어찌나 내게 친절한지
왜 나를 좋아 했는지는 지금도 알길이 없다.
내가 그니를 좋아 하는 것 보다
그니가 나를 더 좋아했었지 싶다.
합창반에서 노래도 함께 했고
암튼 복지관에서는 단짝 이였다.
하루는 시집 한권을 포장해서 건네 주는데
시집 책 표지 안에 친필로 써 넣은
"올해 당신을 만난 것이 내가 제일 잘 한 일입니다"
나는 책 표지를 여는 순간
가슴이 뭉클하기 까지 했다.
ㅎㅎㅎㅎㅎㅎ
누가 보면 꼭 연인 사이가 아닌지 착각할 정도로..
어쩌다 어릴적 미류나무 이야기, 까마중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헤어진 다음날..
손 안 가득히 까마중을 따서는 집으로 찾아 왔다.
그 고마움 이란....
진정한 친구의 정을 느꼈던 날 이였다.
오랜만에 나이들어 낯설었던 둥지에서
실로 참 인정이 있는 그런 지인의 모습이였다.
한움큼 까마중을 어데서 송알송알 따서 가지고 왔는지
둘이 돌팍 위에 나란히 앉아
달작지근한 까마중을 먹었던 그리움이 있다.
그러다 왜 소식이 끊어 졌는지 알길이 없다.
그녀의 이름만 내게 남아 있고
어쩌다가 인연이 끊어 졌는지
최문자......그녀의 이름이다.
어떻게 찾아 볼까???? 찾아볼 재간이 없다.
노래도 곧잘 해서
수업중에 조금 무료 하면 벌떡 일어나
노래도 곧잘 했던 그녀 였는데
요즘 마음이 심란해 있다 보니
문득 그녀가 보고 싶어진다.
내게 남겨 주었던 그 책표지 안에 글귀가 새삼 떠 올라서
"올해 당신을 만난 것이 내가 제일 잘한 일입니다."
얼마나 멋지고 근사한 글귀인지..
나도 가끔 그 뒤로 살아 가면서
멋진 사람을 만나면
꼭
그녀가 내게 남겨준 뜻을 떠 올리면서
고마운 사람에게 들려준다.
"올해 당신을 만난 것이 내가 제일 잘한 일입니다."
그런데
요즘 내가 믿었고, 믿고 싶었고 멋진 사람 일것 같았던
지인에게
내가 똑 같은 말을 건네 주었다.
그런데 그게 공수표 일줄이야.....
사람 속을 어찌 알겠나....
나는 그녀가 지금도 사무치게 그립고 보고 싶은데
또 한편 나를 힘들게 하고 있는 ......
내 맘속에서 언능 버려야 하는데
참 사람의 정이란게 옳게 들었다가 떼 네어 버리기가
쉽지 않은게 정인가 보다.
그래서 마음이 많이 아프고 우울하고....
" 이 또한 지나 가리라~~~~~"
마음을 다스리고 있지만
언제쯤 지나 가려는지
...........
그녀가 건네 주었던 시집 한권을 어서 찾아야 겠다.
책장 어느 구석에서
'그녀가 건네 주었던 시집 한권을 찾아 낸다면
요즘의 복잡미묘한 마음은 모두 사라질 것만 같은 예감이다.
오늘 최문자 그녀가 그립다.
많이 그립다.
이렇게 베란다 화분속에서 자라난
까마중 열매가 송알지며 한알 따서 입안에 넣어 본 순간
그녀가 그리워 진다.
해마다 까마중이 익어갈 무렵엔
그녀가 그리워 진다.
.....
'하루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뭐니 뭐니 해도.....우리의 아름다운 정원은?? (0) | 2015.06.18 |
---|---|
책을 주문 하다.... (0) | 2015.06.07 |
사진일기....개망초 꽃... (0) | 2015.05.29 |
부처님 오신 날... (0) | 2015.05.25 |
하루 단상..... (0) | 2015.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