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리의 방

몇년 전......이야기

아포리 2014. 4. 19. 22:47

 

 

 

 

 

부부의 연을 맺어

알콩이 달콩이 하면서 살아 오던중

 

학교 숙직실에서 연탄가스 사고로

식물인간 이란 이름을 달고 17년을 살다가

 

먼길 떠난

친구의 남편.....

 

친구는 그 남편을 보내 놓고

마음이 허전 했던가 보다

 

오랜동안 만나지 못해 가물거리고 있을 즈음

전화가 왔다.

 

"우리 어디 여행이라도 가지 않을래????"

나는 주저 없이 선듯 대답을 했다.

 

"그러자"

어디 어디 하면서 주섬주섬 이야기 하다가

 

더 나이 들기 전에

배 타고 제주도 가 볼까????

 

친구와 둘이는 마음이 동했다.

제주도 가는 배가 그리 쉬운건 아닌것 같은데

 

더군다나 나는 배멀미를 심하게 하는 터라

막상 대답을 해 놓고도 걱정을 여간 하였다.

 

딸래미와 둘이 묵호 항에서 울릉도 들어갈때

지독한 배 멀미를 해서

 

딸과 둘이 울릉도에 머무는 동안

울렁증에 거의 식음을 전폐해야 했던 기억이 있다.

 

혼자된 친구의 요청을 거절할 용기가 없어

멀미를 하건 말건 용기 있게 가보자 했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출발 하는게

초저녁 7시30분, 밤새 13시간 배를 타고 가서

 

제주에는 다음날 아침 8시30분 도착..

허겁지겁 연안부두로 가는 바람에 멀미약도 먹지 못한 채

 

집채 보다 더 큰 배에 올라 탔다

2층 층계를 올라 배 에 들어가 보니

 

없는게 없다.

앨리베이터를 타고 6층까지 올라가고

 

노래방,게임방,욕실, 등등이

바닷가를 가를 배 라는 생각을 잠시 잊었다.

 

지정된 숙소에 들어가 짐을 풀고, 샤워실에서 씻고

배는 정확하게 출발을 하고

 

우리가 지금 무얼 타고 가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배는 요동도 안하고 바닷물 위를 참 잘도 미끄러 간다.

 

간간히 작은 섬들을 뒤로 하고

꽁무니에 물살 센 파도를 몰고 가면서

 

아무 근심걱정 없이 배는 잘도 간다.

밤10시에 방송이 나온다.

 

모두들 3층 선상으로 모이라는 방송 이다.

디스코 파티....불꽃 축제가 열리기 시작을 했다.

 

함께 제주를 향해 배를 타고 가는 사람들

모여모여 들기 시작하면서 흥겨운 음악에 맞춰

 

디스코 파티는 시작을 하고

망망대해 깜깜한 밤 하늘엔 별이 총총이

 

그 아래에선 낭만적인 불꽃놀이가 시작 되고

마음이 흥겹기 까지 했다.

 

방으로 돌아와 아주 대단한 편한 잠을 청하고

오하마나 호는 제주도에 정확하게

 

아침 8시30분에 우리를 내려 주었다.

친구와 둘이만 하는 제주 여행이라 단촐도 하고

 

조용조용한 제주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비행기를 이용했다.

 

그 뒤로 가끔 가끔씩 친구와 단둘이 제주도 배를 타고

여행했던 이야기를 한다.

 

더 나이들기 전에 해 보자 했던

인천 연안부두에서 출발하는 제주행 배....

 

그때의 생각은 꽤나 우리는 낭만적인 여행을

시작 한다는 생각이였다.

 

난생처음 13시간 배를 타고 여행을 했다는 자부심

그 뒤로 친구들에게도

 

더 나이들기 전에

제주도를 비행기로 가지만 말고

 

배를 이용해서 낭만적인 여행을 한번 해 보렴...

친구들에게 자주자주 했던  제주 여행담이

 

이제는 팔에 소름이 돋는다.

어떻게 우리가 13시간 배를 타고 제주를 갔지???

 

작년에도 또 한번 배 타고 제주행 시도를 해 볼까???

했던 것이 시간이 여의치 않아 접었는데

 

꿈도, 낭만도, 희망도, 사랑도

제주행으로 가는 진도 앞바다에 몽땅 묻어야만 한

 

그 아픔들이 정신적으로도 큰 충격이 아닐수 없다.

살아남은 자들의 앞으로의 정신적인 악몽의 시달림을 어찌 할건가?

 

4년전 인천 연안부두에서 내가 행했던 제주행 배를 이용한 여행이

요즘 자꾸만 끔직스럽게 소름이 돋아 오르는데

 

한동안....아마도 오랫동안

세상속에서 벌어진 크나큰 아픔이 어떻게 치유가 될 것인가.

 

오늘도 하루종일 걷어 올려진 팔뚝 위로

오돌도돌 커다란 소름이 자꾸만 돋아 오른다.

 

부활성야에

마음은 쇳덩이를 안고 있는 듯 무겁기 짝이 없다.

우리가 그네들에게 나눠 가저야 할 짐은 무얼까????

순간,순간 상황들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밤에 잠을 청해도 가위에 눌려 버린다.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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