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단상

지지배에서....할머니 어르신까지.ㅠㅜ

아포리 2015. 12. 25. 05:57




지지배로 살다가

소녀로 살다가


처녀로 살다가

ㅇ아줌마로 살다가


할머니로 살다가

이젠


어르신으로 살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이름도 생소한 이름이 하나 따라 다닌다.

어르신 이라는 이름이 하나 생겨서 꼼짝 달짝 안하고...ㅠ


붙어서 떼어 버리고 싶어도 떼어지지 않는다.

어르신 행세를 해야 어르신 인데


나는 아직 어르신 행세를 할줄도 모른다.

할머니 까지는 몰라도~~


사실 할머니라는 이름도

처음엔 어찌나 낯 설고 친숙하지 않은지


손녀들이 세상에 태어나서

나를 할머니로 만들어 주었지만


그보다 더 먼저

내가 정식적으로 할머니가 되기 훨씬 전부터


꼬맹이들은 나를 할머니로 불러 주었다.

그러다 손녀가 태어나니


그런데로 할머니라는 친숙한 이름을

나도 모르게 친숙하게 불러대고 있다.


그런데 요즘은 또 한술 더 떠서

어르신 이라는 이름표를 달아 주고는


어르신 이라고 불러준다.

그래 맞지


앞으로 햇수로 3년만 더 있으면

나도 칠십고개에 당도를 하는데


지금부터 어르신 노릇을 해 보라고?????

그동안 할머니 노릇을 해 보았으니


이제부터는 어르신 노릇을 해 보라고????

그래도 마음은 자꾸만


처녀도 아닌 소녀 적으로 되돌아 가려 하는걸 어쩌랴...

그런데 요즘은


몸따로, 생각 따로, 행동 따로,

어디로 흘러 가는지 모르겠다.


남편 앞에서 아직도 양말은 꼭 신고 있어야 하는데

맨발 벗은 발을 남편 앞에 보이고 싶지 않은데


물론 못생긴 발 탓도 있지만서도

웬지 그도 남정네라고 생각하니 발을 보이기가 민망스럽다.


그런데 어쩌랴...

남편 앞에서 발 모양새는 보이기 싫은데도


펑퍼짐한 수면바지로 활보를 하고 있으니

집안에서 것두 모자라


슈퍼까지 수면바지 행보를 하고 있으니

나도 참 기가 찰 노릇이다.


이래서야 어디 어르신 대접을 받을꼬 마는

나도 여자는 아직도 여자인기라


예쁘고 싶은데, 그게 몸 따로 마음따로 인것 같다.

며칠전 하모니카를 받아야 할 택배를 찾으러


경비실을 가보니 아저씨가 식사중이를 팻말을 붙여놓고 안 계신다.

ㅠㅠㅠㅠㅠ


집에 다시 들어 가기는 그렇고

내친김에 슈퍼나 다녀올까????


물론 집안에서 입던 수면바지 그대로의 차림이다. ㅋㅋ

겉에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니트를 입기는 했지만..


수면바지 휩쓸면서 슈퍼를 어슬렁 가는데

뒤에서 깔깔깔.....아니 형님....


"수면바지 차림으로 오데를 가셔요..."

맞다.....ㅎㅎㅎ 내가 수면바지 차림이다. ㅠㅠ


데끼~~

그런건 살짝 눈감아 주어야지 어쩌자고


둘이서 마주보고 한참을 깔깔 무안한 얼굴로 깔깔 거렸다.

그녀 앞에서는 난 언제나 단정한 여인 이였는데 ㅎㅎㅎㅎ


내 다른 단면을 보여 준것 같아서 민망하기도 했지만

순간 ....


이젠 나는 여자가 아니고 할머니여....

에고...


이젠 할머니가 지나서 어르신 인데

어찌 민망스럽게 수면바지 차림으로 돌아 당긴다요. ㅠㅠ


깜깜한 밤이니깐 그치.....애써 변명을 해 보지만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옛 어르신들의 말씀이 새삼 스럽다.

깜깜한 밤 이라도 나도 아직은 여자인디....ㅋㅋ


오늘 손님이 오신닥 해서 손님맞이를 해야 하는데

ㅎㅎㅎㅎㅎㅎ


또 그대로 수면바지 차림이면 곤란 할 텐데

할머니 세월을 지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나도 무감각한 할머니로 변신을 하고

이젠 밖에서 불러주는 어르신 행세를 해야 하는데


아직은 할머니로 살아 가는데 훨씬 편한디

어르신 이라고 해 주니.


낯설은 팻말 하나 가슴에 달고

어르신으로 살아 가는 연습도 해야겠다.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