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리의 방

느리게 오는 편지....

아포리 2019. 8. 21. 06:07






새벽 3시에 눈이 떠 지는데

부시시 일어 나려 하면 댕댕이 두리 지지배 때문에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바스락 소리만 나도 예민하게 일어나기 일쑤여서......ㅠ


두리 지지배한테 여간 시집살이 당하는게 아니다.

내 나이때 어머님이 가셨지만....어머님 생각이 간절하게 나는 건


만석꾼 집안에서 가난한 집으로 시집을 오시는 바람에 고생을 많이 하셔서

손가락 마디가 남정네 손가락 마디보다 더 투박하셨던 어머님.....


얼굴에는 늘 잔잔한 미소가 떠나지 않으셨던 어머님..

시집오셔서 하두 시집살이가 심하셔서


동서랑 둘이서 우물가에 고무신 벗어놓고 눈물을 지으셨다는 말씀도 들었다.

시집살이 심하게 한 시엄니는 며늘에게 그 호된 시집살이를 전수 하신다는데


시어머님은 워낙에 성품이 잔잔한 호수 같으셨던 냥반이라

시집살이라고는 한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다섯 시누이들도 어머니를 닮아서인지 마음이 솜사탕 같은 사람들이다.

시어머님, 시누이들 시집살이가 없어서 인지


대신 남편 시집살이가 늘 골치 거리였지 싶다.

뭐든 반듯해야 하고 모두들 그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요즘 그런 선비 없다고 칭찬을 하지만 내겐 버겁기만 한것 같은데....ㅠ

언제나 생각은 딴곳으로 흘러가 버리고 만다..


살그머니 일어나 깨끔발로 소리죽여 살살거리면서 거실로 나와

늘 탁자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책 한권......ㅎㅎ


느리게 가는 편지....책 제목이 그래서인지

책장 넘기는 것도 느리기 짝이 없다....시간날때마다 한페이지씩


새벽에 좀 한가롭다 싶으면 한페이지 공간을 찬찬히 생각을 해 본다.


"저녁밥 따뜻하게 지어놓고 기다릴 식구들이 있다는건 행복이다

1시간 넘게 그 한구절을 읽고 또 읽어 보고, 생각해 보고....


살아온 내 시간 안에서 저녁밥 따뜻하게 지어놓고 기다릴 식구들이

언제쯤 있었지?????


아이들 학교 다닐때....남편 직장에서 돌아올때....

나도 따뜻한 밥 해 놓고, 조물조물 반찬 만들어 놓고 행복해 할때가 있었지 분명....


지금 다시 그 일을 해 보고 싶다.

그래서 행복이 눈꽃처럼 붐비는 그런 집안이고 싶다......문득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행복한 거라고 하더라...

요즘은 따뜻한 밥이 아니라....한꺼번에 압력솥에서 나온 따끈한 밥은


바로 냉동실로 들어가기 일쑤가 아닐까????

바쁜척 하면서 꽁꽁 얼어 있는 냉동실 밥 한덩이 꺼내 전자레인지에 돌려


그게 따뜻한 밥이라고, 그렇게 해서 먹고 있다고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한다.

따뜻한 한그릇의 밥.....하기 싫다고 한꺼번에 냉동실 밥이 되어 버리는 현실....


다시금 현실적이지도 않은 일에 가슴이 저리고,

김이 모락모락 거리는 밤냄새 잃어 버린지도 오래였지.....


고운 정은 사라저 버리고 전투적인 삶만 살아 가는건 아닌지...

오늘 나도 따뜻한 일을 해 보고 싶다.


맛있는 서리태 콩, 검정 쌀만 넣어도 밥이 구수할 것 같은 밥을 지어보고 싶다.

비록 숟가락은 하나만 놓어저도


그 지나가 버린 시간들을 찾아보고 싶다.

내 삶의 행복했던 따뜻한 밥 지어놓고, 식구들을 기다렸던


행복했던 날.......

나도 그런 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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