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단상

내 아버지의 숨결이 묻어있는 LP판

아포리 2012. 1. 11. 20:11

 

 

친정 오남매중 제일 첫째라고 엄마 아버지중 아버지를 더 많이 닮은

첫딸을 아버지는 세상에 둘도 없는 딸래미라고 끼고 다니셨다.

 

자전거 뒷자리에 태우고는 안가시는데 없이 나를 데리고 다니셨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더 작은 체구로 아버지를 따라 다니면

 

아버지를 알고 계시는 분들은 모두 한마디씩을 하셨다

허참...고것 예쁘게 생겼다

 

즈 아베 꼭 빼 닮았네

아버지를 꼭 빼 닮았다는 그 말이 나는 전혀 싫지 않았다

내가 그때 보던 아버지는 아주 미남이셨으니깐...

 

열네살에 비올라를 하겠다고 했을때 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지와

할아버지의 절대적인 반대에 부딛혀 나는 할아버지에겐

 

또 세상에 둘도 없는 붏효녀였다

공부를 많이 하셨던 할아버지이지만 완고하기 짝이 없으셨고

 

악기를 들고 다니는 것은 세상에 둘도 없는 깡깽이 라고 몰아 부치셨고

덕수이씨 뼈대 있는 집안 망해 먹을 지지배라고

 

대단히 완강하게 반대를 하셨다

그 새 중간에 엄마 아버지의 곤욕이 얼마나 힘드셨을까??

 

그래도 아버지는 어린 나를 데리고 영화관에 구경도 데리고 다니셨고

지금 생각하면 문화적인 분위기 조성을 많이 해 주셨다

 

어제 저녁 무엇을 찾기 위해 집안 정리를 좀 하다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물론 턴테이블을 오래전에 버리기도 했지만

 

잊고 지내던 물건이 손에 잡혔다

아버지가 내 나이 열다섯때 부터 사모아 주셨던 LP 레코드판이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얼마나 반갑던지, 얼마나 아버지가 그립던지

거의 오십여년이 된 LP 판 겉 표지는 물론 너덜너덜 해어져 있지만

 

알맹이는 여전할것 같다 턴테이블에 LP판을 올려 놓아 핀의 먼지를 열심으로

털어내면서 듣던 그 시절이 얼마나 그립던지

 

아버지 가시고 난후 아버지의 숨결은 거기까지 이구나 생각 했던것이

아직도 내 안에, 내 손안에, 아버지의 유품이 살아있음이 고마웠다

 

클래식 소품에서부터 베토벤의 황제, 슈벨트의 미완성,

칼멘, 비틀즈, 빌리본악단의 경음악, 팝송, 한때의 우상이었던 엘비스프레슬리

 

얼마나 소중한 아버지가 구해 주셨던 레코드 판인지

눈물이 날만큼 아버지의 숨결이 보고싶고 그리워 지고

 

왜 그리도 큰딸을 귀히 사랑해 주셨는지

그렇게 사랑해 주셨던 큰딸래미는 올해 아버지 기일도 잊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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