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보리 굴비....

아포리 2017. 5. 8. 22:36

 

 

 

어버이날, 기분이 울적했다.

뜬금없이 보리굴비 생각이 났다.

 

엄마랑 동갑내기 셨던 내 친정 아버지 생각에 울적했나 보다.

보리굴비를 썩 좋아 하셨다.

 

옛날에는 보리굴비 역시 귀한 거 였기에

우리는 보리굴비가 어떻게 귀한건지도 모르고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겸상을 하시고 그 상에는 거의 보리굴비가 올려 있었다.

어려서 내 입맛은 여간 까탈스런 것이 아니라

 

조금 이상하게 생긴건 먹지를 않던 습성인지라

보리굴비가 얼마나 맛이 있는지는 몰랐다.

 

뻣뻣하게 모양새도 없이 바짝 마른 보리굴비가 뭔 맛이 있을까?

그 생김부터가 모양새도 없고 아버지가 한점을 떼어서 숟가락 위에 얹어 주시려고 하면

 

기겁을 해서 도리질을 하곤 했다.

엄마한테 배웠다. 보리굴비의 모습을

 

항아리에서 꺼내다가 쌀뜨물에 한참을 담가 놓으셨다가

찜기에 얹어 쩌 내어 가시를 추리고 살만 발라서

 

할아버지, 아버지 겸상위에 있던 모습만 보았기에

시집을 와서도 징그럽다고 만지지도 못하고 했던 것이

 

것두 세월을 지나다 보니 여러가지 잡동사니 징그러운 것도 곧잘 만지게 될 때쯤

아버지가 오셨기에 보리굴비를 쩌서 내어 드렸다.

 

얼마나 맛나게 잡수시던지....그 모습이 지금도 선하게 떠 오른다.

울적했던 오늘...

 

냉동실에서 보리굴비 한놈 꺼내 쌀뜨물에 담구었다가 꺼내

찜기에 얹어 쩌 내어 가시를 바르고 녹차에 밥을 말은 것이 아니라

 

숭늉에 밥을 말아서 한수저, 한수저 먹다보니 내 혼자 보리굴비 한마리를 몽땅 먹어 버렸다.

그러면서도 안계신 아버지 생각을 계속 떠 올리면서

 

그 어렵던 시절에도 내가 음악을 할수 있도록 뒷받침을 해 주셨던 아버지....

언제나 자전거 뒷 꽁무니에 태워서 동네 한바퀴 돌아 오시던 아버지....

 

삶은 밤알을 실에 꿰어 주루룩 거리는 밤줄을 바지춤에 채워 주시던 아버지

큰딸래미 데불고 영화 보기 즐겨 하시던 아버지.

 

아버지 가신지 10년 세월 잠깐 지나 갔지만 아버지 생각이 날때 보다

아버지 생각이 안 날때가 더 많았던 날들이였는데

 

오늘은 아버지 생각이 웬일로 가슴이 저리게 나는지

내가 엄마, 아버지 한테 쨍쨍 거리면서 뒤로 돌아 앉아 있을때면

 

늘 하시던 말씀....

너도 시집가서 부모가 되어 보거라 ~~ 그때서야 아버지 생각이 날거다 하셨던 말씀....

 

그래 맞다...오늘 같은 날..

너도 시집 가 보거라.....하셨던 말씀이 왜 이렇게 그리운겨....

 

오남매중 큰딸이 제일 아버지 사랑 많이 받고 커 왔는데, 그때는 그게 사랑인줄 몰랐지

내가 시집 와서 부모가 되어 보니....그게 아버지 사랑이였네,

 

오늘

달랑 보리굴비 하나 쩌서 아무 찬도 없이 보리굴비 하나 식탁에 올려 놓고

 

혼자서 밥 한그릇 숭늉에 말아서 보리굴비 하나 뚝딱 했다.

요 맛 이였구나.....아버지가 그렇게 큰 딸래미 한테 먹이고 싶어했던 보리굴비 맛이....

 

아버지가 보리굴비 한점 내 수저 위에 얹어 줄락 하시면 나는 왜 징그럽다고 도리질을 했는지

참 앙살도, 앙탈도 많이 하면서 부모 속도 많이 썩였지....

 

오늘 같은날 생각이 간절히 난다.

너도 시집가서 부모가 되어 보아야 엄마, 아버지 생각이 날거다 하셨던 말씀이

 

오늘 내가 똑 같이 그 말을 내 아이들한테 하고 있음을 본다.

너도 시집을 가야 엄마 마음을 알거다....

 

귀에 더케가 않을 정도로 들어 왔던, 그래서 더 시쿤둥 하게 들었던 말씀이

내가 똑같이 그 말을 앵무새 처럼 반복을 하고 있다.

 

나....

아직도 철이 안 들은거 맞나 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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