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외곽지역 보다는 도심 한 복판에서
살아 왔기 때문에 식물에 관해서는 잘 모른다.
어려서는 엄마가 봄이면 늘 하시는 말씀이셨다.
어린 쑥 뜯어다가 쑥개떡 만들어 줘얄텐데...
쌉싸름한 쑥개떡은 봄에 간식으론 최고였던 기억이다.
엄니가 만들어 주셨던 쑥개떡 맛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있다.
나는????
한번도 봄이 와도 쑥을 뜯어다가 아이들에게 쑥개떡 만들어줄 생각은 못했다.
지금 살아온 세월이 얼마인데 그 흔한 쑥개떡 한번 못해 본게 말이 되???
되지........ㅋㅋㅋㅋ
지금은 분명 어떤게 쑥인줄은 알고 있지만
젊어서는 어떤게 쑥인줄 잘 몰랐다.
이십대 후반 쯤....
시어머님이 오셨다. 어느 봄날에
아들녀석 맡겨 놓고 남편과 관악산 등산을 가기로 하고
그날따라 쑥개떡이 먹고 싶었는지.....ㅋ
원래 시어머님 음식솜씨가 좋으셨다.
집을 나서면서 어머님한테 오늘 등산가서 쑥 많이 뜯어 올게요
엄니 쑥개떡 만들 준비 좀 해 주셔요~~
어머님 말씀 그랴~~~ 조심해서 다녀들 오거라....ㅎㅎ
홀가분 아들녀석 맡겨 놓고 둘이만 빠저 나오니
그야말로 룰루랄라 였지....ㅋ
관악산 연주암 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면서
쑥을 뜯는다고 열심히 쑥을 뜯어 배낭 한가득 담아 보니
배낭에 그득 담겨 있는 쑥 보다, 내 마음이 더 그득한 느낌이였다.
높은 산 올라갔다 내려온 다리가 왜 이케 가벼운 겨...ㅍㅎㅎㅎ
암튼....엄니의 쑥개떡 생각에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와
신문지 깔고 배낭에 담아 왔던 쑥을 잔뜩 펼처 놓았다. ㅠㅠㅠ
순간 시어머님 표정이~~~~일그러 지셨다. ㅋㅋㅋㅋ
이게 뭐여????......쑥 이여~~~~
이게 뭔 쑥이여, 풀이지
엥????
내가 열심으로 뜯어온 건 쑥이 아니란다
어쩐지 쑥을 뜯으면서도 쑥 향기가 안 난다 했더니만, 쑥이 아니라네
사진 왼쪽은 쑥이고, 오른쪽은 개망초 어린 잎새
어린 개망초 잎새가 꼭 쑥처럼 생기지 않았나??????
그런 낭패를....그날 쑥개떡은 물건너 갔고,
아니 남편은 시골서 자란 사람이 쑥도 모르고 알려 주지도 않고 그랬단 말이지..
얼마나 무안하고 머쓱 했던 사건인지..
그날 이후로 봄날에 쑥은 내게 알레르기 였다.
요즘 아침, 저녁으로 반월호수 한바퀴 걷기를 한다.
가는 길에 쑥이 쑥쑥 올라와 있다.
걷기를 하면서 쑥 한잎 꺽어 코에 대고 쑥향을 맡으면서
걷고 있으면 쑥의 향기로움으로 온 몸이 맑아 지는 기분이다. ㅋㅋ
혼자서 호수를 한바퀴 돌고 나서 다리도 쉴겸
벤취에 앉아 쑥향을 코에 걸처 놓고
이어폰 끼고 녹음해 놓았던 하모니카 소리 듣는 재미로움
그 순간만은 아무것에도 방해를 받지 않는 온전한 내 시간......ㅋ
시선을 멀리에 두고 하늘을 보면서
며느리 사랑이셨던 시어머님 생각.....머쓱했던 쑥에대한 단상...
멀리에 있는 하늘에서 잔잔하게 웃음이 좋으셨던 어머님 모습이
그곳에서 철없던 당신의 며느리...빙그레 웃음으로 보고 계시는 듯 하다.
그때의 어머님 연세보다, 지금의 내 나이가
훨씬 더 많은데...
늘 잔잔한 웃음으로 며느리 사랑이셨던
지금의 나보다 훨씬 젊으셨던 어머님 모습이 보인다.
쑥만 보면 어머님 생각에 눈물방울이 주책없이 그렁 거린다.
한번만 뵐수 있다면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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