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엄마~~ 나 왔어...

아포리 2018. 6. 15. 05:42

 

 

 

 

초 여름에 비가 뿌리더니

날씨가 가을날씨 처럼 선선하다.

 

엄마를 뵈러 가야겠다 싶어 길을 나선다.

차에 있는 묵주 집어 들고 엄니 손에 쥐어 드려야지....

 

큰딸래미가 오는 줄도 모르고 왼쪽으로 돌아 누워 계시네.

엄마~~ 나 왔어...

 

하는 소리에 부시시 돌아 누우시는데

한참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계신다.

 

저를 아셔요?????

아실것고 같건만 또 딴 소리를 하고 계시네....

 

그래도 귀엽다는 표현이 맞는것 같다.

아직은 정신이 오락가락 하시는 모습에...

 

그냥 엄마의 그 모습이 슬프지 않고 좋다.

내 엄마여서......

 

나를 아셔요????

저 아시잖아요????

 

그리곤 둘이 한참을 웃는다. 즐거울 것도 없지만

그냥 웃는다.

 

엄마한테 묻는다.

자식이 몇이나 두셨어요?????

 

오남매, 딸 셋, 아들 둘.....ㅋ

고건 아시네

 

혹시 딸, 아들 이름 말해 보셔요.

마치 내가 엄마를 취조하는것 같은 물음이다.

 

큰 딸부터 줄줄이 다섯의 이름을 죄다 잊어 버리지 않고 계시네...

그럼 저는 누구인데요.

 

줏어온 딸래미.....ㅍㅎㅎㅎㅎㅎㅎㅎ

내가 제일 큰 딸인데 줏어온 딸 이란다.

 

어릴적 아버지가 늘 하시던 말씀이다.

우리 큰 딸래미는 줏어온 딸이야.....

 

그걸 아버지와의 기억을 잊지 않고 계신가 보다.

엄마가 당신의 큰 딸래미를 줏어온 딸 이라고 한다.

 

엄마와의 대화는 재미로 이어진다.

벽에 붙여 놓은 낙상주위 라는 글씨도 정확하게 따박따박 읽어 내시고

 

엄마의 이름도 붙여 있는 것을 눈도 좋으신지 읽어 내신다.

벽을 보고 계시면서 그렇게 하루종일 읽어 내시는게 낙인가 보다.

 

문득....

다음에 엄니한테 갈때는 엄마 좋아 하시던 성가곡이나

 

좋은 시 한편 골라서 큼지막하게 글씨를 넣어

벽에 붙여 드리고 와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 하루종일 그걸 읽어 내리시면서 지루해 하지 않으실것 같다.

좋은 시 한편 붙여 놓아 드리면

 

엄마는 그 시를 외워 놓으실까????

그리곤 또 딴 소리를 하신다.

 

아버지 점심은 잘 챙겨 드렸냐????? 하신다.

아버지 안 계신지가 십년은 되었는데

 

아직도 엄마의 생각에는 집에 아버지가 계신걸로 착각을 하신다.

엄마의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걸 보면서

 

엄마랑 함께 말도 안되는 말을 서로 주고 받는 재미도 쏠쏠하네

엄마를 보면서 슬퍼할게 아니라

 

엄마와 재미진 이야기 나눔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곤 엄마와 함께 맘껏, 실컷 웃고 와야 한다.

 

엄마의 목소리는 참말로 듣기 좋았는데...

지금은 완전 허스키가 되어 껄껄 하네,

 

엄마는 이야기 동화를 정말 많이 알고 계시면서

우리들 오남매 둘러 앉혀 놓고는

 

옛날에~~ 옛날에 .....옛날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해 주셔다.

엄마의 이야기 보따리는 끝 없이 쏟아저 나오곤 했는데

 

내가 손녀딸래미를 보면서

나는 엄마처럼 그렇게 많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을 재간이 없다.

 

울 엄마는....

우리들에게 정말로 많은 옛날에~~~옛날에는 말이지...하셨다.

 

어디서 그렇게 많은 이야기 보따리를 갖고 오셨는지

엄마의 옛날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내 어렷을 적엔...

 

그런 엄마가..

지금은 아버지 곁으로 가실 날만 기다리고 있는 중.....

 

아직도 옛날 일은 총명스러우신데

 

줏어온 딸이라고 하더니만

일어 서려는데......우리 큰 딸이여

희숙이여

 

그치 엄마~~~~

나..울 엄마의 큰딸 희숙이 맞지?????

 

내가 줏어온 딸이라고 해도 좋다.

그저 지금처럼만 오래 살아 계시기만 바랄뿐

 

지금 처럼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