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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눈으로 느끼고, 맛으로 느끼고,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 가을이다.
가을은 여름내 더위에 잃어 버렸던 식욕이 되살아나는 계절이다.
가을은 집 나간 며느리의 발길을 돌려놓는다는 전어의 계절이다. 우리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입맛이 유별스런 나를 제외 하고는 모두 반찬 투정은 하지 않는다.
일요일 아침 모처럼 딸래미가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면서 요즘 한창 제철인 전어구이를 했다.
적당히 칼집을 넣은 전어에 소금을 부려 바삭하니 알맞게 구워 식탁에 올리고 보니 한 마리는 온전하게 구웠는데 한 마리는 등이 터져 보기가 좀 안 돼 보였다.
남편과 딸래미 앞 접시에 전어를 한 마리씩 놓아 줄까 하다가 그냥 큰 접시에 두 마리를 다 놓았고 당연히 등이 터진 전어는 딸래미가 먹을 것 같고 반듯하게 구워진 전어는 남편의 몫이가 생각을 했는데 남편이 먼저 등이 터진 전어를 남편의 앞 접시에 가져다 놓는다.
남편 앞으로 옮겨간 전어가 좀 보기가 안 돼서 남편한테 눈짓을 주었는데도 남편은 그게 자기 몫이라 했다. 남편은 예쁘게 구워진 전어를 딸래미한테 먹이고 싶었던 것이다. 순간 엄마인 내 마음이 ‘짠’ 하기 까지 했다.
엄마인 나는 늘 가족들 챙겨 주기만 하는 존재인줄로 착각하고 있었고 언제나 남편이 우선순위라고 생각했는데 남편한테는 딸래미가, 자식이, 가족이 우선 순위였던 남편의 본 모습을 이제야 발견한 것이다. 그동안 언제나 고집불통으로 자기만 아는 사람이라고 투정을 부렸던 내 자신이 좀 쑥스러워졌다.
가족이란 하찮은 작은 일도 서로 보듬어 주고 살펴주는 작은 애정 속에서 가족 간의 결속력을 다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편의 딸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전어구이 접시를 보면서 언제나 상전인 것 같은 생각틀에 갇혀 내가 내 자신을 힘들게 했던 부분들을 놓아 버린 것 같다. 40년 지기 남편의 자상함을 보지 못하고 지나친 세월을 미안해하면서 남편의 또 다른 면을 접하게 돼 미안했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구이로 인해 우리집은 그동안 꺼내보지 못 했던 가족 간의 사랑, 남편의 자상함을 다시한번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됐다.
그러나 남편이 딸래미한테 예쁘게 양보했던 전어구이는 지금도 식탁위에 그대로 남겨져 있다. 딸래미는 아빠의 딸을 향한 사랑하는 마음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그건 모르겠다. 내리사랑만 있고 올림 사랑은 아직도 없는 걸까?
<군포신문 제682호 2013년 10월 14일(발행)~2013년 10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