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리의 방

지란지교를 꿈꾸며....유안진

아포리 2014. 12. 17. 06:53

 

 

저녁을 먹고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 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은 친구

 

밤 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형제나 제 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 질수 있으랴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 꾸도록

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 하리라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은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친구와 인생을 소중히 여길 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그는 반드시 잘 생길 필요도 없고

수수하나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 있으면 된다.

 

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수 있는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히 맞장구쳐 주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 해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으면 된다.

 

우리는 흰눈 속 참대 같은 기상을 지녔으나

들꽃처럼 나약할 수 있고

아첨 같은 양보는 싫어 하지만

이따금 밑지며 사는 아량도 갖기를 바란다.

 

우리는 명성과 권세 재력을 중시 하지도

부러워 하지도 경멸 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 보다는 자기답게 사는데

더 매력을 느끼려 애쓸 것이다.

 

우리가 항상 지혜롭진 못하더라도

자기의 곤란을 벗어나기 위해

비록 진실일지라도 타인을 팔진 않을 것이며

오해를 받더라도 묵묵할 수 있는 어리석음과

배짱을 지니기를 바란다.

 

우리의 외모가 아름답진 않다해도

우리의 향기많은 아름답게 지니리라

우리는 시기하는 마음없이 남의 성공을 얘기하며

미친듯이 몰두하게 되길 바란다.

 

우리는 우정과 애정을 소중히 여기되

목숨을 거는 만용은 피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우정은 애정과도 같으며

우리의 애정 또한 우정과도 같아서

요란한 빛갈과 시끄러운 소리도 피할 것이다.

 

우리는 천년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는 오동나무 처럼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은 매화처럼

자유로운 제 모습을 잃지 않고

살고자 애쓰며 서로 격려하리라.

 

나는 반닫이를 닦다가 그를 생각 할 것이며

화초에 물을 주다가 안개 낀 창문을 열다가

까닭 없이 현기증을 느끼다가

문득 그가 보고 싶어지면

그도 그럴 때 나를 찾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의 손이 작고 어리어도

서로를 버티어 주는 기둥이 될 것이며

눈빛이 흐리고 시력이 어두워 질수록

서로를 보살펴 주는 불빛이 되어 주리라.

 

그러다가 어느 날이 홀연히 오더라도 축복처럼

웨딩스레스처럼 수의를 입게 되리니

같은 날 또는 다른 날이라도 세월이 흐르거든

묻힌 자리에서 더 고운 품종의 지란이

돋아 피어 맑고 높은 향기로 다시 만나지라라.

 

친구를 생각하며....

 

*******

새벽 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니

거실 실내 온도가 17도를 가리키고 있다.

 

어제 오전 병원에서 순서를 기다리다

오늘 아무 일정도 없음에 푸훗....

 

오늘은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지란 같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점심을 함께 하자고 할까???

 

전화를 걸었다.

들려오는 숨찬 목소리.....

 

찬 공기를 가르며 인천 딸래미 집에

만두를 해서 가지고 가는 중이라고????

 

전에는 하루에도 몇번씩 통화를 해야

하루가 끝날것 같은 친구였는데...

 

띵 전화 한통에 단걸음에 얼굴을 보여주는 친구 였는데

딸래미 집에 가야 한단다.

 

내일 가면 안되????

안되... ㅠ

 

나는 오늘 한적한 내 생각만 하고

딸래미 보고 싶어 가는 친구에게 내일 가라고 종용을 한다.

 

그리곤 이내 서운한 마음이 든다.

바쁜 틈 타서 오랜만에 전화를 했건만...

 

점심 거절을 하다니....

순전히 내 생각만 하고 살아가는 빈정쟁이 내 모습을 돌이켜 본다.

 

다섯째 손가락에 들어가는 친구

그것두 제일 큰 순위가 엄지손가락 순위인 친구가

 

딸래미 한테 간다고????

빙판진 길을 종종 걸음으로 걸어 오면서

 

내내 서운한 마음이 내려앉지를 않는다.

왜?????

 

내가 오늘 아무 일 없이 한가한 시간인데 만

생각을 하고

 

친구의 생각은 아랑곳 없이 순전 내 생각만 하고 살아간다.

나는 바쁘니깐????? ㅎㅎㅎㅎ

 

오만방자한 그대의 친구 내가

빙판길 종종 걸음 걸으면서 그대에게 팽 당한 생각만 하고

 

서운한 마음만 갖고 하루 보내놓고 하룻밤 자고나니

그려.......

 

내 잘못이지

바쁜 시간 쪼개어 그대의 약속도 지켜 주었어야 했거늘

ㅠㅠ

<앉으나 서나 당신생각/하모니카 D k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