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리의 방

눈이 정말 많이 온다...

아포리 2017. 1. 20. 04:16

 

 

 

 

요즘 낮과 밤이 바뀌어서 곤혹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초저녁에는 졸리워서 일찍 눈을 감아 버린다.

 

새벽녘 깨어서 창밖을 내다보니 아직 눈은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다시 새벽 1시반 그래도 눈은 오지 않는다.

 

다시 새벽3시반 폭설이라는 궁금증에 다시 창밖을 내다보니

어느새 눈이 쌓여 있는지 내 눈으로 들어오는 시야에는 온통 눈밭이다.

 

길가 가로등 불빛으로 반사되어 보이는 눈이 조용조용 새벽을 맞는다.

어제,그제 세차를 했는데.....ㅠㅠㅠㅠ 엉뚱한 생각을 떠 올린다.

 

이렇게 조용조용히 축복속에 내리는 것 만 같은 이 시간에

뭔 세속적인 엉뚱한 생각을 머릿속에 버무리고 있을까나......ㅠ

 

내 어릴적 눈이 사정없이 내리는 날 깊은 사연이 있기에

눈 오는 날이면 그 아이 생각이 간절하다.

 

사내 녀석이 눈 웃음을 살살 거리면서 웃음짓는 볼에는

볼우물이 매력이였던 아이인데

 

나는 전혀 그 아이에게 정이 안가는 ......왜인지 모르겠다.

나를 위하여 월반을 해서 대학을 2년 앞서 간 아이

 

대학교복을 입고 대학 배찌를 달고 내 앞에 당당히 서 있었지만

나는 절대로 마음이 동하지 않은걸.....아마도 우리 둘 속에는 인연이 없었던 듯...

 

내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고 있는 그 아이의 눈 웃음과 볼 우물이 떠 오른다.

그리고 보고 싶다는 강한 생각이 요즘 나를 뒤 덮는다.

 

아마도 보고 싶다는 생각은 이만큼 나이가 들어 세월을 가르면서

살아 왔기에....가끔 그 아이 소식이 궁금하고 보고 싶다.

 

나에게 지독히도 마음 상처 받으면서도 나를 위해 지고지순 했던 그 아이

중학 3학년 때부터 지고지순 했던.......ㅋ

 

성당에서 쪽지를 가즈런히 접어 내 친구에게 건네 받았던

그 아이의 설레임은 당시에는 없었다.

 

지금도 그 아이에 대한 설레임 보다는 우리 함께 이만큼 살아 왔으니

이젠 편하게 보고 싶다는 생각 뿐이다.

 

서울로 기차 통학을 하면서 나는 제물포 역에서 그 아이는 부평역에서..

항상 기차를 타면 아무 칸이나 타는 것이 아니라

 

즐비한 기차 칸 ..내가 즐겨 탓던 기차 칸은 6번째 칸이였다.

앞도 아니고, 뒤도 아닌 중간 쯤 칸에

 

그러면 그 아이도 꼭 내가 타고 있는 칸으로 넘어 온다.

하두 눈길도 주지 않고, 쌀쌀 맞게 바라보지도 않으니

 

그 아이는 그저 먼 발치에서 나를 향한 눈빛만 보낸다.

그러면 나는 영낙없는 쌀쌀쟁이가 되어 눈길도 주지 않았던 그 아이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참 착했다는 생각이 이제서야 나는 철이 조금은 드는 걸까???

 

성당에서 친구에게 건네 받은 쪽지에는

오늘 몇시에 만나자는 거 였는데....그 당시가 우린 중학 3학년....ㅎㅎㅎㅎ

 

완전 무시를 하고 학교를 나서는데 학교 정문에서 부터 기다리고 있다가

계속 졸졸 거리면서 내 뒤를 따라 오는데

 

일부러 학교 앞에서 큰길을 1시간 동안 이나 걸어서 우리집 방향 하고는

완전 다른 방향으로 걸으면서 눈을 홈빡 맞고, 코트는 젖어 들었고, 머리도 생쥐 모습이였고

 

그렇게 나는 앞서고,그아이는 뒤 서고 그렇게 말없는

그야 말로 요즘 말로 눈 오는 날 철 없는 데이트 아닌 데이트라고 해야 하나????

 

중학 3학년 때 부터 대학 다니면서, 군대 까지 다녀오고, 학교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까지 내가 결혼 한 뒤로 풍문으로만 들려 오던 그 아이 소식은

 

아직 결혼을 안 했다는 풍문만 들었다.

그리곤 나는 신혼생활을 서울에서 시작했기에 그 몇년 뒤로는 소식을 몰랐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눈이 오던 날....

앞서고, 뒤에 서고 그렇게 1시간 이상을 걸어 빙 둘러서 집으로 들어 온날...

 

엄마는 무슨 지지배가 눈을 그렇게 옺이 다 젖도록 쏘 다니다 왔느냐고

영문도 모르는 엄마는 혼만 내셨다. ㅠㅠㅠㅠ

 

남의 속도....딸래미 속도 모르면서....ㅠㅠ

에효 지금은 그런 엄마도 허리가 90도 머리는 반백....나는 완전 할머니가 되어 있다.

 

내가 그 아이 소식을 모르고 살아 오면서도

겨울에 눈이 오는 날이면 그 아이 생각은 잊혀지지 않고 있다.

 

이젠 이 나이쯤 되고 보니 그 아이도 보고 싶고, 옛이야기

왜 그렇게도 몇년을 한결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는지 묻고 싶기도 하다.

 

들어 봐야 뭐 하겠나 마는 ......그래도 마음 한켠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

그아이의 모습이 오늘처럼 눈이 소리없이 소복소복 이는 날은

 

마음속으로, 머릿속으로 떠 오른다.

나는 그 아이와 하나도 예쁜 날도, 좋은 날도 없었지만

 

그 아이는 몇년을 나만을 바라보고 있다 훌쩍 내가 결혼을 해 버리고 난 후

그 아이는 그동안 나를 향했던 예쁜날도, 좋은 날도 있었을까????

 

그땐 왜 그랬는지.....

그 아이에게 받았 두었던 아기자기 했던 선물들은 몽땅 나는 매몰차게 버려 버렸는데

 

나는 그 아이에게 한번도 선물 같은 것 조차 주어보지 않았던 냉혈 이였다.

강산도 변한다는 10여년 이상을 나 때문에 가슴앓이 했을 그아이가 지금은 보고 싶다.

 

이젠 웃으면서, 반갑게 손 맞잡은 악수를 하면서

그 아이의 안 사람과도 고운 이야기 나눌수 있는 나이가 되다 보니

 

그런데 참 신기한 건....그 아이의 안사람이 한번도 궁금한 적이 없었다.

누구랑 결혼을 했는지도,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ㅠ

 

그래도 부평에서 유명했던 아이였던지라 아마도 친구들한테

수소문 하면 찾을수도 있을것 같은데 그러기는 싫고

 

지금도 부평에서 살고 있을것 같은 예감이 들고, 찾아 보고자 하면

찾을수는 있겠지....ㅎㅎㅎㅎㅎ

 

워낙에 친구들 간에도 떠들석 했던 우리들 사이였던 지라

여자친구 때문에 동갑내기로 월반을 해서 대학을 갔기 때문에 유명했고

 

언제나 ...늘 ...

뒤에서만 바라보는 그 아이가 친구들 사이에서는 화제거리가 되었고

 

나는 꽤나 독한 지지배 소리를 들어야 했기 때문에

동창들 얼굴도, 이름도 이젠 많이 잊어 버렸지만

 

그 아이의 모습은, 그 아이의 이름은 또렷하게 남아 있는건

내 이중성 때문 이였을까????

 

오늘처럼 눈이 많이 오는 날이면 잊혀지지 않는 그 아이와의 추억 때문에

해마다 잠깐씩의 그리움은 남아 있는것 같다.

 

그래도 전생의 인연은 아니였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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