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족이야기

쓸쓸 함....

아포리 2017. 1. 27. 04:46

 

 

 

어릴적 설날은 다른 날 보다 더 쓸쓸한 날이였다.

엄마, 아버지가 고향을 개성으로 두고 계셔서

 

남쪽에는 일가친척이 없는 관계로

설날이면 특별히 갈 곳이 없다.

 

그러다 보니 당연 세뱃돈도 두둑하지 못했다.

그게 늘 불만이였던....철 없던 때.

 

엄마, 아버지는 얼마나 더 쓸쓸 하셨을까?

아버지는 먼길 가신지가 햇수로 10년...강산도 변해가네

 

엄마는 생존해 계시지만 고향 땅 한번 밟아 보지 못하시고

반백에 허리는 90도 각도로 굽어 계시니

 

노냥 하시는 말씀...어여 느그 아버지 한테 가야 할텐데..

입에 달고 사시는 말씀이다.

 

아버지 살아 생전에는 임진각을 자주 다니셨다.

임진각을 달리다 보면 가슴 설레이는 이정표가 나온다.

 

직진으로 가면 개성~~~~이라는 이정표

나는 고향에 대한 개념이 없지만 임진각 달리면서

 

개성 이라는 이정표를 보면 나도 엄마, 아버지 처럼

가야 할 고향이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한다.

 

엄마는 고향 음식 잊어 버릴새라 잊지 않고 명절때면 챙김을 해 주신다.

아버지는 늘상 머릿속에 담겨 있는 고향....개성을 말씀하신다.

 

송악산이 드리워 있는 푸근했던 고향 집.

고모 한분, 삼촌들 넷.....모두 고향에 두고 홀홀단신으로 내려와 사시다가

 

내가 결혼을 한 후에 고모님을 우여곡절 끝에 찾으셨다.

어릴적 아버지는 형제들 찾는 일에 꽤나 골몰 하셨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가 보고 싶으셨던 고향 땅...실향민의 애 설움,

아버지가 가시고 난 후에 내가 아버지의 마음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그곳 고향 땅이 얼마나 그리우셨을까....

내가 중학교 때.....ㅠ

 

아버지 한테 스케이트 사 달라고 졸랐는데

아버지는 안된다고 딱 거절을 하셨다.

 

지지배가 공부나 하지 뭔 겅중 겅중 스케이트냐고 하시면서....ㅠ

그러는 아버지 앞에서 나는 3일간 단식을 했다. ㅎ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아버지는 완전 백기를 드시고 반짝반짝 이는 전승현 스케이트를 사 주셨다.

 

그날..

스케이트를 사 주시던 날, 아버지는 나를 당신 무릎 앞에 불러 앉히시고

 

아버지의 어릴적, 아버지도 스케이트를 신고 싶었는데

너무도 어려운 살림에 스케이트를 못사고

 

지푸라기를 둘둘 고무신에 묶어 스케이트를 타셨다는 말씀을 듣고

그 앞에서 콧물, 눈물이 범벅이 되어 아버지 말씀을 들었던 기억.....

 

그리곤 아버지의 쓸쓸함도 잊어 버리고

나는 연일 공설운동장 야외 링크로 스케이트를 지치러 다녔다.

 

얼음판에 몇번 넘어지면 무릎 바지가 구멍이 나기 일쑤였다.

아버지는 나를 그렇게 사랑으로 키워 주셨는데....

 

아버지는 큰 딸래미인 나를 언제나 보물단지 처럼

옆에 솔솔 데리고 다니시는 걸 좋아 하셨다.

 

자전거 뒤에 딸래미 앉혀 놓고 달리시는 아버지 등허리

꽉 잡고....그렇게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음악을 좋아 하셔서, 딸래미가 음악을 할수 있도록 뒷받침을 해 주신 고마움

아버지가 즐겨 들으셨던 레코드 판을 지금도 가지고 있는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다.

지금가지 소장을 하고 있지만 이사를 다니느라 많이 깨지고, 없어지고

 

예전에는 그리 소중하게 느끼지 못했던 아버지의 그리움이

지금은 많이 그리움으로 손때 묻을새라 LP 레코드판이 소중한 내 보물이 되었다.

 

 

 

아버지가 사 모아 주셨던 레코트 판을 뜬금없는 새벽에 꺼내서

너덜거리는 표지를 스카치테이프로 마무리 해 놓고

 

오랜만에 턴테이블에 올려 놓고 아버지의 숨결도 느끼고 싶고 음악도 들어 보고 싶은데

오래전에 없애버린 턴테이블이 아쉽다.

 

설날....

예전에는, 서해고속도로가 생기기 전에 12시간 씩 걸려서 서산 큰댁에 가곤 했다.

 

이젠 족히 2시간 정도면 갈수 있는 곳이 되어 마음만 먹으면

후딱 다녀올 수 있는 거리다.

 

올해 설날은 쓸씀함 이다.

시댁 형제 7남매중 시누이 다섯하고 형제인..그래서 7남매

 

7남매 모두 사르르 녹는 솜사탕 같은 마음씨들을 가지고 있다.

그중 시누이 둘은 그새 먼길 떠나셨고

 

명절이면 시아주버님과 남편 형제만 달랑하니 차례를 모신다.

내 어릴적 명절도 쓸씀함 이였는데

 

역시 결혼을 해서도 북적이는 명절이 아니고

형제만 있는 집안 은 쓸쓸하다.

 

그런 명절도 올해는 시아주버님이 뇌경색으로 병원에 계셔서

올해의 명절은 갈곳이 서산이 아니라 시아주버님이 게시는 대학병원이다.

 

이렇게 살아 가는 것이 삶의 수순인가 보다.

늙어 병들고, 먼길 떠나야 하고, 마음이 착잡하고 쓸쓸하다.

 

그나마 명절때면 두집 모여서 오손도손 이였는데

어떤 좋은 말도, 올해의 명절은 쓸쓸함을 대신할 수 없다.

 

대전 아들네가 새벽에 출발을 해서 온다는 전갈이다.

그려~~~ 아들네가 서산 대신 산본으로 온다고..내심 좋으면서도

 

눈이 많이 온다고 하는데..눈이 오면 오지 말어...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한다.

 

세뱃돈을 신권으로 준비해 놓고, 도서상품권도 넉넉히 준비해 놓고

초등 끝으로 중학교 올라가는 녀석을 위해서 할머니 지갑 크게 열어야 한다. ㅋ

 

그런 일련의 일들이 왜케 좋은지

아이들을 위한 할머니의 놀이가 왜케 좋은지....

 

처음 할머니가 되었을 적에는 어색하고 싫더니만

이젠 아이들이 할머니~~~하고 불러주면 마음이 푸근해 진다.

 

것두 나이 먹음이여....

그런데 요즘은 저녁 마다 녀석들과 영상통화를 한다.

 

장난끼가 가득한 둘째 녀석이 영상통화를 즐긴다.

영상통화 속에 비치는 내 모습이 싫어 영상통화를 안하면 좋으련만.

 

엊저녁에도 깔깔 거리면서, 영상통화를 걸어와서 한바탕 신나게 웃었다.

삶이란 무엇인가???? 작은 행복감이 밀려 올때가 삶이다.

 

명절의 쓸쓸함을 두 녀석들이 챙겨 주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