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단상

경인년 덕담.

아포리 2011. 7. 27. 15:03

새로운 한해가 되면
색동옷에 복주머니 옆에 걸고

어른들께 세배를 드리면
꼭 덕담 한마디씩을 해 주신다

지금 돌이켜 덕담을 생각해 보면
좀더 어려서는

밥 잘 먹고 엄마 아빠 말씀 잘 듣고
키가 커야지????

좀더 커지면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중학교 가야지???

좀더 커지면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대학 가야지???

좀더 커지면
어여 좋은 사람 만나서 시집 가야지????

이젠 그동안 내가 들었던 덕담을
내 아이들에게 읆어 놓는다

또 한해가 가고 새해가 오는구나
훌쩍 육십을 넘기고

이젠 덕담다운 덕담을 해야 할 나이가 되었다
연말에 대전 아들네 두어번 다녀왔더니

눈이 내려 차가 말이 아니었다
세차를 해야겠다 싶어 아파트를 빠저 나가야 하는데

연휴라 주차된 차는 넘치고 한대도 겨우 비집고 나가야 하는 형편
나도 나가야 하는데 반대편에서도 차가 들어온다

내가 먼저 선점을 해야지????? 마땅 비켜날 곳도 없고 해서
들어섰는데 똑 같은 마음으로 반대편에서 차가 들어와

나와 상대방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딱 버티고 서 있었다
창문을 열고 손을 휘저으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실은 살짝 내가 미안했기도 해서
옆으로 조금 비켜주시면 좋겠는데요~~~~~

상대방 인상이 조금 찌그러 지면서 옆 조수석에 앉은 마님 말씀이
거~~~ 예쁘장하게 생긴 냥반이 양보를 해야지 무슨 소리냐고

다소 목소리 톤이 높고 듣기가 쫌......그랬는데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오르면서 예쁘장하게 생긴 냥반????????

그건 분명 아니었는데 육십 넘은 할망이 뭐가 예쁘겠는가 마는......
새해들어 덕담치고는 기가 막힌 덕담을 들었다 싶은 생각이 순간 스친다

육십넘은 할망이라도 예쁘다는 말에는 여지없이 약해 지지
할망도 여자인지라 새해 벽두에 들었던

예쁘장 이란 조금은 가시있는 목소리 톤이었을망정
올 한해 나는 난생 처음 기가막힌 덕담을 들어야 했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올 한해는 육십넘은 할망의 노망이라고 생각해도

나는 새해벽두에 들었던 예쁨의 의미를
순수의 마음으로 받아들여 연말 보신각 종이 울릴때까지

예쁨을 마음에 안고 경인년 한해를 살아 가야지.......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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