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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원의 행복
얼마 전 아들이 새로 나온 십원짜리 동전을 가져다 줬다. 마치 옛날 일원짜리 동전처럼 아주 귀엽게 생겼다. 이 동전을 보니 예전의 아렸던 마음이 생각났다. 2~3년 전 시장에서 장을 볼 때 무거운 지갑에서 동전을 모두 꺼내 계산을 할 때였다.
십원짜리 겸해서 동전을 모두 털어 계산을 하려는데 아주머니 말씀이 “물건 안 팔아요!” 라면서 무안을 주는 것이 아닌가. 정말 얼굴이 빨개져 도망치듯 물건도 도로 놓고 그냥 나와 버렸다.
그 경험은 지금까지도 무안한 느낌이 들 정도다. 사실 집안을 뒤져보면 흔하게 동전 몇 개씩은 있는데 돈에 가치가 없어서인지 동전의 위력을 실감 못하고 귀찮을 때가 있다.
며칠 전 손녀딸을 데리고 ‘산본시장’에 간 적이 있다. 만원뿐인 지갑에 필요한 물건만 사려고 했지만 필요한 물품을 두 가지 이상 구입하는 바람에 지갑에는 3천30원만이 남게 됐다.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장난감 가게 앞에서 손녀는 ‘뽀로롱퍼즐’을 사달라고 조르기에 가격을 보니 3천2백원이다. “이백원이 부족한데 어떻게 하지?” 손녀에게 이백원이 부족하니 다음에 사준다며 손목을 잡고 나오려는데 손녀는 막무가내 고집이었다. 할 수 없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사정을 했다.
“이백원이 부족한데 아이가 막무가내로 사 달라고 해서 이백원은 다음 시장에 올 때 드리면 안 될까요?” 이 정도의 애교는 봐 줄 것이란 순전히 혼자만의 생각으로 미안한 마음에 모기소리 만큼의 소리를 내며 부탁을 했다.
하지만 상점 주인은 “우리는 외상 사절입니다” 라며 거절했다. 얼굴이 또 빨개졌다. 철없는 손녀딸래미는 할머니의 무안함도 모르고 난처하게 할머니를 졸랐다. 손녀를 달래며 서 있는데 젊은 엄마가 계산을 마치면서 내 모습을 보고는 이백원을 건넨다.
세상에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는데 또 얼마나 미안하던지. 고맙다고 연신 감사인사를 하고 ‘뽀로롱 퍼즐’을 결국 사게 됐다. 도움을 받은 이백원의 행복감과 외상을 거절당한 무안한 서글픔에 만감이 교차했다.
그러고 보니 퍼즐을 사들고 나오면서 이백원을 건네 준 분이 누군지 물어보지도 못했다. 꼭 착한 군포시민 일 것이고 가깝게 사는 이웃일 것 이다. 각박한 곳에서 이백원의 도움을 주셨던 ‘착한마음’님 언제나 행복하길 바란다.
<군포신문 제643호 2012년 11월 29일(발행)~2012년 12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