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리의 방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노천명

아포리 2023. 12. 18. 12:26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오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짖고
나는 영왕보다 더 행복하겠오
 
 
노천명

 

**하얀 종이에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

노천명의 시를 적어 가지고

책갈피에 끼워 놓고

늘상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하얀 종이가 너덜 거릴때쯤 시집을 왔네....

 

그리곤 친정에 두고온 책은 어디로 갔는지 소식을 모른다.

그간 살아오면서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씩

노천명의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

머릿속에 떠 올려보곤

 

나는 어떻게 살아 왔고....어떻게 살아가고 있나

내 마음이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오.....

얼마나 외어 두었던 글귀인지....

요즘 갑자기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

그리워 지고, 애닯어 지고,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오는 산골얘기도 남아 있는데

그님은 홀연히 .....홀연히 떠나가 버리고

어젯밤엔 음악회 나오면서

하늘에 걸린 눈섭달만 가슴에 담아 놓고

오늘은 외롭다

아직 나는 여왕이 되어보지 못한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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